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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저널 쌍두마차 ‘네이처’ ‘사이언스’

 

[한겨레] “영향력 내가 최고”끝없는 경쟁
‘단백질과 유전자의 생명현상, 뉴턴역학이 통하지 않는 나노의 세계, 137억년 전을 더듬는 우주과학…’. 끝을 모르고 달리는 현대과학은 지금 어디에 서 있을까.

누가 이런 물음을 던진다면 “가장 좋은 답은 아마도 〈네이처〉와 〈사이언스〉를 펼쳐 보라는 것”이라고 유룡 한국과학기술원 교수(화학)는 말한다. 그만큼 두 과학저널은 첨단의 과학논문을 매주 수십편씩 쏟아내며, 현대과학이 가는 길을 보여주는 ‘좌표’ 구실을 하고 있다.

외신과 국내 과학뉴스에서 종종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저널’로 불리는 두 과학저널은 과학자를 스타로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매우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인간 복제배아 줄기세포를 만든 황우석 서울대 교수 연구팀을 세계적 과학자로 드높인 것이 〈사이언스〉였으며, 최근엔 황 교수의 실험에 쓰인 난자의 일부는 소속 연구원이 제공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며 윤리적 의혹을 제기해 국제적 파문을 일으킨 것은 〈네이처〉였다.

● 권위: “영향력 사실상 세계 최고”
이런 영향력은 한세기 넘게 두 잡지가 다져온 과학의 역사에서 비롯했다. 〈네이처〉는 1869년 영국 맥밀런출판사가, 〈사이언스〉는 1880년 미국 언론인 존 미첼스가 발명왕 에디슨의 투자금 1만달러를 받아 창간했다. 〈사이언스〉는 발행 중단을 거듭하다 1900년 미국과학진흥협회(AAAS)에 인수돼 협회의 공식 저널로 탈바꿈하면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20세기 들어 분자생물학, 핵물리학, 우주과학 등의 굵직한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네이처〉는 근대 과학혁명을 이룬 영국의 자존심을, 〈사이언스〉는 빅사이언스(거대과학)를 이끈 미국 과학의 자존심을 대표하는 저널로 자리잡았다.

두 저널의 영향력은 특히 최근에 높아졌다. 소민호 한국과학기술원 학술정보팀장은 “영향력지수를 분석한 결과 두 저널의 영향력은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높아져 2002년엔 저명한 생물학술지 〈셀〉까지 앞섰다”고 말했다. 영향력지수(임팩트 팩터·IF)란 2년 동안 학술저널에 실린 논문이 이듬해에 평균 몇번이나 다른 논문에 인용됐는지를 나타내는 수치. 당연히 지수가 높으면 논문과 저널의 영향력은 크다. 2002년 〈네이처〉와 〈사이언스〉의 영향력지수는 6천종의 국제학술지 가운데 5, 6위다. 소 팀장은 “다른 학술저널과 달리 매주 발행되는 두 저널의 영향력은 사실상 최고”라고 말했다.

서울대 오세정 교수(물리학)는 “두 저널에 논문이 실리면 연구자는 연구비를 따는 것은 물론 더 좋은 직장을 얻는 데에도 큰 도움을 얻는다”며 “이런 점에서 영향력이 큰 학술저널에 논문을 내는 것은 연구자한테 매우 중요한 관심사가 된다”고 말했다.

매주 우수논문 쏟아내 현대과학 좌표 구실
연구성과 검증 엄격해 게재는 하늘 별따기
때론 속보 싸움하다 허위논문 실어 파문도

● 엄격: “철저한 논문 검증” 정평
두 저널은 권위에 걸맞게 엄격한 검증을 거쳐 논문을 싣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2월 황우석 교수의 연구 성과를 싣기로 결정한 〈사이언스〉는 게재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국내에 검증팀을 보내 연구 과정은 믿을 만한 것인지, 실험윤리는 제대로 지켰는지 등을 현장에서 조사했다. 황 교수는 “당시 조사는 매우 철저했다”고 말했다.

논문은 대체로 1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서야 실린다. 2002년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article)이 987편이니까, 세계 각지에서 내로라하는 논문이 1만편 가까이 신청된 셈이다. 지난해 〈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한 신희섭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박사는 “신청된 논문은 편집자들의 1차 심사를 거쳐 걸러진 뒤에 외부 전문가 2~3명한테 보내져 세밀하게 심의하는 ‘동료심사’의 과정을 거친다”며 “게재 결정이 나와도 실제 논문이 실리려면 한두달 더 걸린다”고 말했다.

심사 과정은 연구자한테 쉽지 않은 과정이다. 2000년과 2001년 두 차례나 나노 다공성 물질에 관한 논문을 〈네이처〉에 발표한 유룡 과학기술원 교수는 “처음엔 너무 새로운 개념의 연구 성과를 냈다가 퇴짜를 맞았다”며 “먼저 다른 전문학술지에서 호평을 받은 뒤에야 비로소 〈네이처〉가 논문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2001년 디엔에이의 복제원리를 새롭게 규명한 논문을 〈네이처〉에 낸 서연수 과학기술원 교수(생명과학)도 “기존 이론을 뒤집은 내 논문에 대해 여러 차례 문제제기를 한 저명 과학자의 반박을 해명하고 나서야 논문을 실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 경쟁: 선의의 경쟁과 부작용
물리·생물·화학·우주과학 등 종합과학을 다루는 닮은꼴인 두 저널은 흔히 ‘쌍두마차’의 경쟁지로 비친다. 〈네이처〉는 1985년, 1987년과 1989년 뉴욕·도쿄와 파리에 사무실을 열고, 〈사이언스〉가 1993년 케임브리지에 사무실을 내어 국제 과학저널로 영향력을 넓히며 본격 경쟁관계에 들어섰다.

과학저널은 무엇으로 경쟁할까 소민호 학술정보팀장은 ”학술저널 편집인들도 저널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해마다 평가되는 ‘영향력지수’ 순위를 외면하지는 못한다”며 “〈네이처〉와 〈사이언스〉가 더 많이 인용될 만한 논문을 더 빨리 실으려고 경쟁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신문의 열독률, 방송의 시청률처럼, 더 많이 인용될 만한 논문을 실어 ‘인용 대박’을 꿈꾸는 유혹을 완전히 떨치긴 힘들다는 것이다.

대다수 과학자들은 더 많이 인용될 만한 논문을 먼저 실으려는 경쟁은 과학 발전에 기여하는 ‘선의의 경쟁’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이런 경쟁은 간혹 ‘획기적’ 논문의 속보 경쟁을 일으켜 터무니없는 논문이 실리는 일도 벌어진다.

2002년 9월 미국 벨연구소의 헨드릭 쇤 박사가 일으킨 ‘논문 조작 사건’은 연구자가 데이터를 정밀하게 날조해 획기적 발견이라고 주장하면, 저명 과학저널조차 속수무책일 수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주었다. 쇤 박사는 당시 유기분자 하나로 구성된 트랜지스터를 만들었다고 발표해 ‘새로운 시대의 초석이 될 획기적 업적’으로 평가받았으나 결국 거짓 데이터를 꾸민 사실이 드러나 세계 과학계에 충격을 안겼다. 그는 〈네이처〉 〈사이언스〉 등 저명 과학저널에 20여편의 허위 논문을 버젓이 발표한 바 있다.

〈네이처〉 〈사이언스〉의 영향력이 강대해지는 가운데, 최근엔 인터넷시대에 맞춰 자유롭게 과학논문을 발표하고 구독하게 하는 새로운 온라인 학술출판운동도 점차 퍼지고 있다. 지난해 문을 연 온라인 과학저널 ‘플로스’(plos.org)를 비롯한 인터넷 학술저널은 기존 과학지식의 독점을 완화하고 자유로운 지식의 유통을 목표로 내걸어, 기존 과학출판의 관행에 얼마나 변화를 일으킬지 주목된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기사제공 :

 

 



written by (vOrAnE)
2004-05-19 03: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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