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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언젠가 노인이 된다

 

‘레스토랑에는 70세 이상 노인 출입 금지 팻말이 걸린다. 정치인들은 노인들 때문에 국가 재정이 고갈되고,과중한 세금이 부과된다며 반(反)노인 캠페인을 벌인다. 일정 기간 자녀들이 방문하지 않거나 소식을 끊은 노인들을 CDCP(휴식·평화·안락센터)가 잡아간다. 명칭과 정반대로 이곳은 노인들의 생을 강제로 마감시키는 곳이다. 한 노부부가 CDCP로 끌려가다가 도망한다. 이들의 뒤를 이어 많은 노인이 CDCP로부터 탈출해 산악지대 동굴에서 저항운동을 벌인다. 그러나 이들의 항거는 오래 가지 못한다. 정부가 투하한 독감 바이러스에 노인들은 무력화되고 반란은 진압된다.’

소설 ‘개미’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단편 ‘황혼의 반란’의 줄거리다. 베르베르는 이 작품을 통해 노인들을 부담스럽고 성가신 존재로만 간주하려는 세태를 통렬히 고발하고 있다. 베르베르의 소설처럼 극단적이고 과장된 묘사가 아니더라도 노인 문제는 선진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이며 각국 정부로선 가장 풀기 어려운 숙제임에 틀림없다.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우리 나라는 1999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7%를 넘어 고령화사회에 들어간 데 이어 2022년에는 14%를 웃돌아 고령사회가 될 것이라고 한다.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넘어가는 기간이 23년에 불과해 프랑스(115년),미국(75년),영국·독일(45년),일본(26년) 등 선진국들보다 훨씬 빠르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10년부터 조세부담률이 급증해 납세자들의 세금 부담이 많이 늘어나고,2020년에는 노인 의료비 지출이 65세 미만 인구 전체 의료비를 초과하며,2047년이면 국민연금이 고갈된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모두가 노인들이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고 사회적 짐이 될 것이라는 내용들이다.

이러다가는 베르베르의 소설에서처럼 ‘75세 이상 노인들에게는 소염제에 대해,80세부터는 치과 치료에 대해,85세부터는 위장 치료에 대해,90세부터는 진통제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고 100세 이상 노인들에게는 모든 의료 서비스를 중단하자’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다. 지난 총선 때 물의를 빚은 노인 폄하 발언도 한 개인의 실언이라기보다는 노인들을 귀찮고 부담스런 존재로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돌출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다행히 이를 계기로 각 정당이 경로연금 추가 지급,노인요양보장제 도입,효도법 제정 등 노인들을 위한 공약을 경쟁적으로 쏟아냈으니 전화위복이 됐다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벌써부터 정부는 공적 노인요양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열린우리당의 공약은 2007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총 14조원의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된다며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하고 있다. 총선 때는 온갖 장밋빛 공약에도 입을 다물고 있던 정부가 총선이 끝난 지금은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기대를 잔뜩 부풀려 놓고 이제 와서 예산 때문에 할 수 없다고 하면 시쳇말로 ‘노인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최근 한 조사에 의하면 노부모들은 자식들로부터의 폭언이나 냉대 등 ‘정서적 학대’(43.8%)에 가장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고 한다. 자식들이 용돈을 안 주거나 부모의 재산을 부당하게 사용하는 등의 ‘경제적 학대’(11.8%)에 상심하는 경우보다 훨씬 많다. 이 조사 결과는 노인 문제는 돈이 있다고 해서 해결될 것도 아니고,돈이 없다고 해서 해결하지 못할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게 아닐까.

‘황혼의 반란’에서 노인들의 저항운동을 이끌었던 주인공 프레드 노인은 진압군에 붙잡혀 안락사를 당하면서 자신에게 주사를 놓는 젊은이에게 저주와도 같은 한 마디를 남긴다.

‘너도 언젠가는 늙은이가 될거다.’

노인 문제는 결국 언젠가 노인이 될 우리 자신의 문제다. 돈 때문에 노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면 마음은 어떤가. 칠십 나이에도 색동 옷을 입고 어리광을 부려 노부모를 즐겁게 해드렸다는 중국 춘추시대 노래자(老萊子)의 고사에서 나온 ‘반의지희(斑衣之戱)’라는 말이 새롭다.

김윤호 논설위원 kimyh@kmib.co.kr


 



written by (guy2002)
2004-05-10 18:14:18
650 번 읽음
  총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1. 이현주 '04.5.26 12:24 PM 신고
    :-)*운대로 만합시다 그게 복지국가이니... ↓댓글에댓글
  2. 2. 이현주 '04.5.26 12:24 PM 신고
    :-)*그참 정부나 구케도 다노인인데 왜 다들 이해를못하나?여자들이 여자들을 더 차별하는것과 마찬가지네..짜슥들 나이먹고 나이갑을못하나? 하긴 지금나도 저들을 욕하고있으니 공포증이생길밖에 노친네들 잡아먹지않을테니 일본압잡이같은짓그만하고 책에서 배 ↓댓글에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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