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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일본 도쿄에 잠시 정차한 두 미국인 남녀. 남자는 결혼 25년차의 한물간 영화배우 해리스(빌 머레이)이다. 그는 위스키 광고 촬영차 도쿄에 머물고 있다. 여자는 사진작가인 남편을 따라 도쿄를 방문한 20대 신혼의 샬롯(스칼렛 요한슨). 이들에게 일상은 심드렁하기만 하다. 관심거리가 달라 서로 겉도는 아내나 남편은 역시 ‘먼 그대’일 뿐이다. 도쿄라는 이국의 낯선 환경은 더욱 그렇다. 무어라 들리지 않는 이질적인 언어. 낯선 단절감의 극적인 표현인 셈이다.

그런 두 남녀는 묘하게 이끌린다. 낯선 도시의 단절감은 그렇게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차고 넘치는 ‘불륜’ 코드를 떠올리면 좀 곤란하다. 관조적 시선으로 담아낸 영화는 관객의 기대(?)와는 달리 섬세한 내면의 변화에 더 충실하다. 30년의 나이를 뛰어넘는 두 남녀는 물론 베드신도 연출한다. 그러나 같은 침대에 누워 이야기를 풀어갈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서로에게 한발씩 다가가면서 보이지 않던 인생의 길도 보일 듯한데…. 한국의 관객보다는 미국인 감독과 배우에게 훨씬 낯설게 느껴졌을 도쿄의 모습과 내면의 심리 변화를 교차시킨 이 영화는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감 속에 길을 숨겨놓은 듯하다. 그럼,제목이 던진 질문,사랑도 통역이 될까? 영화는 사랑엔 통역이 필요없다는 얘기를 귀띔하고 있다.

줄곧 코믹 연기를 펼쳤던 빌 머레이는 이번 작품에서 ‘군중 속의 고독’을 연기하며 중년의 변신에 성공했다. 스칼렛 요한슨은 열아홉의 나이가 믿기지 않는 내면연기로 할리우드의 기대주로 떠오른 스타다. 감독 소피아 코폴라는 ‘대부’ ‘지옥의 묵시록’의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딸. 아버지의 작품인 ‘대부3’을 통해 연기자로 데뷔했지만 배우로서의 평은 냉혹함 그 자체였다. 그러나 ‘처녀자살소동’ 이후 두 번째 연출한 이번 작품으로 ‘역시 그 아버지에 그 딸’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이 작품은 또 2004년 골든글로브에서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남우주연상,각본상을 수상했으며 2004년 전미 비평가협회 남우주연상도 차지했다. 3월1일(한국시간) 열리는 제76회 아카데미영화제에도 작품상,감독상,남우주연상,각본상 후보에 올라 있다. 15세 이상. 러닝타임 102분.

minaam
written by minaam (minaam)
2004-05-10 16:5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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