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이 코앞이다. 하지만 은혜에 감사하고 보답해야 할 아름다운 풍경 대신 증오하고 불신하는 사제지간의 불미스런 모습도 여전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젊음의 활기와 스승에 대한 감사의 정으로 훈훈해야 할 5월의 캠퍼스가 성추행 사건으로 얼룩졌다. ‘피해자’ 여성을 만나 아픈 사연을 들어봤다.
“차라리 제가 그 일로 망가지고,엉망이 됐으면 제 말을 믿어줬을까요?”
지방 모 대학 대외협력과에 근무 중인 A씨(28·여)는 5년 전 대학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건으로 지금까지도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학교 성폭력대책위원회에 이 사건에 대한 소송을 제기한 상태.
“5년이나 지난 일을 이제 와서 들춰내는 이유가 뭐냐”며 색안경을 쓰고 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우연히 과후배가 같은 교수에게서 성추행을 당해 고통받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결심을 하게 됐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이 있었던 것은 99년 3월 대학원 신입생 환영회. 행사 후 교수,학생들과 함께 노래방에 가게 됐다. 밤 12시경 화장실에 갔는데,그곳에서 문제의 K교수와 마주쳤다.
A씨는 “간단히 목례를 하고 손을 씻으려는데 교수님이 뒤에서 양팔을 잡고 돌려 세우더니 강제로 입을 맞추었다”며 “거부했지만 옷속으로 손까지 들어와 세게 밀치고 그곳을 빠져나왔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더 놀라운 일은 다음날 일어났다. 밤 12시가 넘은 시간에 K교수가 “술이나 한잔 하게 나오너라”며 전화를 걸어온 것. 집에서 나와 자취생활을 했던 A씨는 “어제 일도 있고 하니,넌 이제 내가 뭘 원하는지 다 알 거 아니냐는 뜻으로 들려 더 무서웠다”고 말했다. 물론 나가지 않았고,이후에도 K교수 수업은 듣지 않았다.
A씨는 대학원 대표를 지냈고 만점에 가까운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현재 대학에서 촉망받는 직원으로 근무 중이다. “무슨 일을 당했는지 남들이 알게 될까봐 더 두려웠다”는 A씨는 “그 때문에 더 열심히 생활하고,솔선수범했는데 K교수는 ‘성폭력을 당했다면 그토록 밝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면서 잘못을 인정하려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K교수는 “A씨의 주장은 나를 모함하기 위해 지어낸 얘기”라며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학교측 역시 지난해 12월 대학 성폭력대책위원회에 이 사건이 접수됐지만,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성균관대와 서강대에서 비슷한 사건을 2개월 안에 처리한 것과는 비교가 되는 대목.
이 대학 학생들은 교실과 학생회관 앞에 K교수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대자보를 붙이고,수업거부 운동을 벌이는 등 ‘K교수의 사과와 퇴진’운동을 계속 진행 중이다.
/김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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