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퇴임하면 누구를 그 자리에 앉히고 싶으십니까?”
세계 최대의 패스트푸드업체 맥도날드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였던 짐 캔탈루포(Cantalupo)에게 누군가 물었다.
“아마도 찰리라면 회사에 손해를 끼치지 않을 거야….”
지난 4월 19일 캔탈루포 회장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자 맥도날드는 긴급 이사회를 소집했다. 미국 플로리다주(州) 올랜도에서 2년마다 한 번씩 개최되는 세계 맥도날드 체인점 대회가 열리는 이날 비보를 전해들은 이사들은 그의 사망 2시간 만인 새벽 6시45분 한자리에 모였다.
침통한 가운데 캔탈루포가 구상했던 후임자 선임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됐다. 이날 이사회는 28년 전 매장 아르바이트생으로 입사한 찰리 벨(Bell·43)을 맥도날드의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했다. 매장에서 햄버거를 뒤집던 15세 소년이 전세계 121개국에 2만9000여점포를 거느린 거대 기업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호주 출신인 벨은 미국 이외 지역 출신으로 맥도날드의 최고 사령탑에 오른 최초의 인물이다. 벨은 회사 창사 이래 최연소 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우면서 초고속 승진을 했다.
벨은 28년 전 호주 시드니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맥도날드에 첫발을 들여놓은 이후 맥도날드 창사 이래 최연소 점포 책임자가 됐으며 27살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9세에 호주 맥도날드 이사회 이사가 된 이후 호주 맥도날드 사장, 아시아·아프리카·중동·유럽 지역 사장으로 승승장구했다.
캔탈루포 전 회장은 지난해 1월 회장 겸 CEO로 취임하면서 벨을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임명했다. 일찌감치 차기 CEO감으로 지목한 것이다.
캔탈루포와 벨이 사령탑을 맡았을 무렵 맥도날드는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회사는 상장 이후 첫 적자를 기록하고 주가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었다. 전임 회장이었던 그린버그는 이런저런 신규 사업에 돈을 쏟아 붓다가 성과를 내지 못해 손실만 끼친 채 쫓겨났다. 맥도날드라는 브랜드는 점점 빛이 바래고 있었다. 패스트푸드 업계의 1등 자리는 겨우 지켰지만 세력은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캔탈루포와 벨은 전임 회장이 벌여 놓은 신규 사업들을 정리하고 핵심 사업에 집중했다. 더 나은 품질의 음식, 더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 깨끗한 매장 환경 등에 주력하는 전략을 세우고 밀어붙였다. 벨은 특히 화장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맥도날드 매장의 화장실이 다른 어떤 패스트푸드 체인점보다 깨끗할 것을 요구해 경연대회를 열고 시상을 하기도 했다.
이들의 노력으로 맥도날드는 다시 활력을 찾기 시작해 성장 궤도로 재진입했다.
캔탈루포와 벨은 서로 막역한 사이였다. 벨은 작년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캔탈루포와 나는 서로 흉허물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우리는 함께 껄껄 웃을 수 있고 너무 심각해지는 일 없이 업무에 몰두할 수 있다”고 말했었다.
벨은 맥도날드 이외의 직장에서 일해 본 적이 없고 흔한 MBA 학위도 없었지만, 캔탈루포는 이것을 장점이라고 여겼다. 그가 “혈관 속에 케첩이 흐른다”던 맥도날드의 설립자 레이 크록을 연상시킨다는 것이었다.
지난 4월 19일 개최된 세계 맥도날드 체인점 대회의 연단에는 숨진 캔탈루포 대신 벨이 올라갔다. 그는 전임 회장의 뜻을 이어 회사를 더욱 성장시키겠다고 말했고 참석자 2만여명은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벨은 1976년 15살 어린 나이에 호주 시드니 남쪽 교외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수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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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하루 4시간씩 햄버거에 소스를 치는 일부터 시작했다. 첫날 일이 너무 힘들어 부모에게는 계속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으나 이후 4년간 화장실 청소부터 짐 나르기, 고기 말리기 등 온갖 잡일을 견뎌냈다.
15살부터 ‘햄버거에 소스 치기’ 시작
그런 그를 눈여겨보던 호주 맥도날드의 창립 회장 피터 리치(Ritchie)는 19세의 벨에게 간부교육 프로그램에 등록할 것을 권했다. 벨은 19살에 맥도날드의 최연소 매장 관리자가 됐다.
리치 회장은 “벨은 마치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신나게 일했다”며 “그는 맥도날드 매장이 잘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벨은 특히 사람들의 기호를 읽고, 매장의 운영 시스템을 이해하고,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를 찾아내는 재능이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는 그에게 10여년간 영업을 담당하게 한 뒤 마케팅 업무에 투입시켰다. 아무런 경험이 없었던 그를 호주 맥도날드의 마케팅 부장에 임명하자 사람들은 나에게 마케팅은 경험이 필요한 업무이기 때문에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지만 그는 어렵지 않게 일을 처리했다.”
“마케팅을 책임지는 많은 사람들은 사무실에 앉아 탁상공론에 빠지기 쉽다. 나는 시드니에 있을 때 그들을 흑인들이 사는 거리로 데려가곤 했다. 그리고 이들이 우리의 고객이라고 말했다. 호텔에서 넥타이를 매고 점잖게 식사하는 사람들은 결코 우리의 고객이 아니라고 일깨웠다.”
이렇게 말하는 벨은 지금도 직접 소매를 걷어붙이고 햄버거를 뒤집는 일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소원은 “맥도날드에서 일하다 죽는 것”
리치 회장은 “벨이 지난 몇 년간 맥도날드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었던 까닭은 그가 일선 매장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기 때문”이라며 “그곳에 맥도날드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시카고에서 열린 맥도날드 연례 총회에서 벨은 경영전략을 확장 위주에서 고객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버거킹과 서브웨이 등 후발 패스트푸드점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맥도날드의 살 길은 건강식인 샐러드와 과일과 우유를 곁들인 유럽식 아침, 치킨 너겟 등 새 식단의 개발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지난해 새로 도입한 ‘비만 퇴치 식단’은 큰 인기를 끌어 작년 4분기 매출이 17% 급증하는 대성공을 거뒀다. 출장을 가면 현지 맥도날드 점포에 들러 10대 점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다.
그의 연봉은 91만달러(11억원). 소원은 “맥도날드에서 일하다 죽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내년에도 그가 맥도날드 주주와 직원들의 환영을 받을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뛰어난 능력의 벨 앞에 많은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지난해 맥도날드의 성장은 대부분 달러 약세 등 우호적 환율 덕분이었다”면서 “환율 사정이 나빠진다면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4월 19일 뉴욕증시에서 맥도날드 주가는 2.6% 하락했다.
광우병 파동으로 휘청이던 맥도날드의 유럽 사업을 서비스 개선과 과감한 신제품 출시로 정상화시켰던 벨이 맥도날드의 부흥을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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