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일본의 헌법기념일인 3일을 앞두고, 아사히(朝日)신문이 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헌법 개정에 찬성하는 유권자가 작년에 비해 6%포인트 증가한 53%로 나타났다. 헌법 개정에 반대 또는 소극적인 입장인 아사히 여론조사에서 찬성 여론이 50%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헌반대 여론은 35%로 떨어졌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집권 이후 국제적 테러사건, 북한의 핵개발 및 납치사건 등이 잇따르면서 국민들의 안보의식이 고조되는 가운데 개헌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고 있고, 자위대 이라크 파병으로 현행 헌법과 현실 간 괴리가 심화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아사히에 따르면 1986년 조사 때만 해도 30%대에 머물던 개헌 찬성 의견은 1997년 조사에서 찬성 의견이 46%로 처음으로 반대 의견(39%)을 넘어선 뒤, 이번 조사에서 처음으로 과반수를 돌파했다.
일본의 개헌 논의는 분쟁 해결 수단으로서의 전력(戰力) 보유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금지하고 있는 헌법 9조 개정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번 아사히 여론조사에서는 헌법 9조의 개정 여부에 대해 여전히 60%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찬성 의견은 작년 조사 때의 17%에서 이번에는 31%로 높아졌다.
자민당 내 헌법조사회를 중심으로 하는 개헌 추진세력들은 9조 개정을 통해 자위대를 정식군대로 격상시키고,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함으로써 해외파병에 따른 걸림돌을 제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본의 유일한 동맹국인 미국도 헌법 개정을 통한 집단자위권 행사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안보를 일본에 분담시키겠다는 것이다.
개헌 시기도 관심거리. 고이즈미 총리는 올해 초 “내 임기 동안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하려는 것은 아니다. 각 당의 입장을 정리해 국회에 개헌안을 내기까지는 앞으로 5년은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자민당은 창당 50주년인 내년 5월 중 개헌안 제출권을 갖는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국회 내에 설치하고, 11월까지 초안 작성을 마무리한다는 정치 일정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개헌 논의가 이전과 달리 현실성을 띠기 시작한 것은 분명하지만, 자민당 방침이 전면 개정인지, 단계적 개정인지가 여전히 불분명하다. 또 헌법 개정의 구체적인 절차를 정하는 국민투표법안 제출을 놓고, 캐스팅 보트를 쥔 연립여당 내 공명당이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논의 백출인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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