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따라 유엔과 아난 총장은 자칫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을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전쟁 전후 연합군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여온 유엔을 압박하고 아난 총장을 제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스캔들의 진원지는 1996년부터 유엔 감시 하에 실시된 이라크의 ‘석유와 식량 교환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경제제재로 고통받고 있던 이라크 국민들을 위해 이라크의 석유수출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수출대금으로 식량과 의약품만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한 유엔의 인도적 조치다.
그러나 미국은 이라크전쟁 이전부터 후세인이 유엔의 묵인 아래 사실상 무제한의 석유를 수출하고 그 대금을 자신의 사금고에 예치했으며 뇌물을 통해 유엔의 지지를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고 비난했다. 미 의회는 후세인 정권이 원유 밀수출과 뇌물·커미션 등으로 모두 1백1억달러를 빼돌렸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월 이라크의 한 언론사가 후세인 정권 시절 이 프로그램의 운영과정에서 세계 각국의 정부관계자와 유엔 관리, 석유업자 등이 후세인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제공받고 불법적 원유거래를 했다고 폭로하자 미국은 본격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프로그램의 총책임자는 아난 총장의 측근인 베논 세반 유엔사무차장이었으며 아난 총장의 아들인 코조 아난이 스위스의 한 원유수입 해당업체에 근무한 적이 있어 아난 총장은 이 스캔들의 중심에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난 총장은 22일 기자들과 만나 “불행하게도 나와 관계된 근거없는 주장이 사실인양 조작되고 있다”면서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또 “이는 심각하고도 중대한 의혹이기 때문에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조사위원회의 단장인 존 볼커 전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21일 첫 기자회견에서 철저한 조사를 다짐하며 “석달 안에 보고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신모기자 simon@kyunghyang.com〉 최종 편집: 2004년 04월 23일 19: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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