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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론분열? 중립?

 

우선 이 글은 애초 이 게시판 몇개의 글에 댓글을 달고자 시작하였던 것이었는데 쓰면서 내용이 좀 불어나 따로 내어쓴 글임을 말씀드립니다. 양이 좀 되니 기왕 클릭해 들어오신거 대충 보다 마시기보다는 차분히 읽어주시기를 조심히 바래봅니다.

 

  탄핵가결 이전 여론조사에서 보자면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는 취임 초기에 비하자면 비교할수 없을 만큼 곤두박질쳤고 국정을 잘 수행하고 있는가의 면에서도 다소 인색한 평가였지요.그러면서도 탄핵에 대하여서는 매우 부정적인 여론이 우세하였으며 가결 이후에는 더한 양상으로 나타났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러한 모순된 여론의 반응에 대해 "참 이상한 국민성이다."라고도 평가하고 또는 그저 단순한 거품일 뿐이니 좀 지나면 다 사그러든다며 애써 외면하려 하기도 하였지요. 그렇게만 볼 수도 있지만 저는 그 여론의 양태가 광화문을 비롯한 각지 광장에서의 모습에 상당 반영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러한 여론 자체에 대한 신빙성을 의심해볼 수도 있으며 한편으로는 어떤 분들이 지적하듯 아직도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 봉건시대 왕을 바라보는 듯한 우리네 나름의 그 소박함이 있어서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꼭 그렇게만 봐서는 아무것도 얻어질게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 광장에 모인 사람들, 그리고 대다수라고 단호하게 확신할 수는 없을지언정 그래도 많은 국민들이 너무나 오랜동안 가슴한켠에 품어왔던 그 어떤 바램이 있었던 것이고 그것을 지켜내며 일궈내고자 하고 있다 생각합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따로 말씀드리지 않아도 대부분들 알고 계시지요.

  

  일부 극과 극의 모습만을 보고 국론분열의 조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으나 이는 어느 한쪽을 무조건 "빨갱이" "친북 용공"이라 매도하며 촛불집회의 질서정연한 사진을 북한행사 사진과 비교하며 유사하다고 비꼬는 코메디적 발상을 유포하려는 자들이나 또는 견해가 조금이라도 다르면 "꼴통"이라 상대를 비하하며 마찬가지 모습을 보이는 자들에게나 해당된다고 봅니다. 건강한 의식의 대다수 분들은 이런 일부 모습에 그저 코웃음으로 지나쳐버릴 뿐이지요. 그런데한편 이러한 것에 집중하고 의도적으로 확대 공론화시켜 "이는 국론 분열이며 혼란을 초래할뿐이다"며 그야말로 다양하게 표출되는 목소리들을 덮거나 왜곡하려는 분들의 저의에 대해서는심히 우려됩니다. 그들은 지금껏 그래왔듯이 "우리가 다 알아서 할테니 너희들은 그저 믿고 가만히 네 할일이나 하고 있거라. 괜히 말이 많은 자들은 현재 어렵게 유지해온 안정을 파괴하고북괴에 틈을 내주려는 빨갱이들인지 의심해보아야 한다"는 식과 다를바가 없으며 한편으로는 지금껏 "영남"과 "호남"을 필요이상 강조하며 나라를 둘로 갈라놓아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해온 것처럼 현재의 국면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해석, 양분하여 왜곡하려는 의도라봅니다. 이것이야말로 국론분열의 의도요, 기득권 유지의 의도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이제는 더 이상 그 "안정" 그리고 "성장"이라는 것을 명분으로 국민들이 그동안 맘한켠 담아두었던 그것을, 그리고 각층의 목소리들을 덮을 수도 없고 덮으려해서도 안된다고 생각됩니다.실로 다양해진 매체와 경험들로 개개인들의 인식의 폭과 기대는 커지고 다변화되었기에 어떤 획일적 이데올로기로 국민들 대다수를 아우르며 인내와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이제 무리일뿐 아니라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연결되는 얘기는 아닙니다만 그저 한번 생각해본다면.... 현재 각 가정의 어려운 가계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한 시절의 그 검소함을 떠올린다면 당장 초고속인터넷 비용, 식구들마다 쓰는 핸드폰 비용 등을 비롯해 학생들 학원비 등부터 줄여나가야되겠지요. 저도 그렇고 많은 분들이 때때로 박정희 대통령의 3공시절을 그리워하곤 합니다만 그리움 이상으로 무엇인가를 끌어오기에는 지금이 너무나 다르겠지요. 그저 그리움일 뿐입니다. 제가 수년동안 학원에서 학생들 수학을 가르치는 일을 하던 어느날 한 선배에게 푸념하듯 이런 식으로 말을 한적이 있지요.  

"요즘 애들 말예요...정말...해가 갈수록....어쩌구 저쩌구.....투덜 투덜..."

한참을 얘기하고 나 니 그 선배는 제게 딱 한마디 하더군요.

"마! 걔들만 요즘애들이고 너는 뭐 요즘 선생 아닌 줄 아냐?"

저는 선배의 이말에 더이상 아무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저 나름으로 바라는 바가 있어 공부하며 모시는 스승님이 계십니다. 말하자면 "도인"이시지요. 한번은 이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난 노무현이 그리 탐탁지 않다. 하지만 역사적 측면에서 크게보면 모든 것은 필연이다. 이시대에 노무현이 해야 할 것이 있기 때문에 그가 대통령이 된것이다. 뭔가에 막혀있어 변화하지 못하면 퇴보하는 것인데 그것을 한번은 갈아엎어줘야한다. 그것을 위해 노무현도 필요한거다."

도인의 표현으로는 다소 과격하지만 아무래도 "도인"의 일갈인만큼(^^) 어조보다는 그 의미에 주목해야겠지요. 그리고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은 아니고 의미와 분위기를 기억속에서 되새겨 적은 것입니다. 스승의 말씀이긴 하지만 사실 저는 이 말씀에 전면 동감하지는 않지요. 하지만 필연적일 수 밖에 없는 시대적 요구와 그동안 묵혀왔던 국민적 차원의 지향은 이제 마냥 덮어버리거나 외면할 수만은 없다는 것은 분명한 듯 합니다. 그 흐름속에서 부각되는 "노무현" 혹은 "노무현 현상"이라면 견해가 어떠함을 막론하고 관심가지고 주목하여야 한다고 봅니다. 

 

  글이 길어져 죄송합니다만 흐름을 조금 벗어나 한가지 더 말씀드리고 마무리 하겠습니다. 현 탄핵정국을 주도하였음을 자처하는 민주당의 조순형 대표께서 단테의 작품속 한 구절을 인용하였더군요.

"지옥의 가장 뜨거운 밑바닥은 심각한 상황에서 중립을 말하는 자를 위해 준비돼있다."

저도 단테의 신곡을 읽어본지가 한 20년 가까이 되서 정확하지는 않으나 조대표께서 이런 식으로 말씀하셨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분이 당시 어떤 의미로 그것을 인용하였는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 오히려 그 "중립"이라는 것을 그분께서 여기저기 요구하고 강조하며 다니시는 모습은 좀 아이러니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자신의 견해와는 관계없이 신분과 맡겨진 역할, 그리고 대중적 영향의 측면에서 사전그대로의 엄정한 중립이 요구되는 분들이나 기관이 있을 것입니다. 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고건 총리 이하 모든 공무원 및 기관 또는 단체등이 있겠지요. 그러나 언론기관 및 매체등에 적용되어야 할 중립은 이와는 좀 다르다고 봅니다. 언론기능의 가장 중요한 점이 "사실보도"에 있겠으나 이미 이점에서부터 위 공무원에게와 같은 중립을 요구한다면 언론은 "민의의 대변"과 "론"의 기능을 잃게될 것이며, 입장과 관계 없이 모든 사실에 대한 똑같은 비중으로의 보도가 "중립적자세"로서 요구된다면 사회에는 단 하나의 신문사와하나의 방송사 말고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매체를 어떠한 형태의 권력으로 장악하거나 기능외적 부분으로 압력을 행사하여 왜곡하려거나 이용하려는 의도는 절대배격되어야 마땅할 것입니다. 그러나 언론 및 매체의 본기능을 훼손할 정도의 중립요구는 단순한 "기계적 중립"을 강요하는 것일뿐이요 이는 이미 "중립"도 아님을 분명히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기계적 중립 개념이 어떤 이유에선지 일반인들에게도 절대적 가치인양 유포되거나 이해되는 경향이 일부측면 나타나고 있음과 아울러 어떠한 판단과 실천 그리고 의무와 책임도 모두 내던져버리고 마는 "회피적 양비론"이 중립의 미덕인양 여겨지는 경향마저 있음이 심히 우려됩니다. 이해 관계에 얽혀있지 않은 입장에서 어떤 갈등관계의 양자를 중재해야하는 입장이거나 그 양자를 관찰하며 어떤 지식의 습득과 간접경험을 목표로 하는 등의 입장이라면 "중립"이라는 것이 절대적 가치가 되나 정치-사회적 상황에있어 국민은 삼자적 위치가 아니기에 기계적 중립은 미덕이 될 수 없다고 봅니다. 이는 오랜동안 절대적 권력의 편의를 위해 일반에게 여러모로 세뇌되어온, 그리고 그러한 절대적권력의 폭력앞에 길들여져버린 패배주의요 정치적 허무주의에 불과한 것이므로 앞으로 점차 극복되어져야할 문제이지 않을까요?.

 

  90년대 초 국민의 바램을 거스르며 기형적으로 탄생한 민주자유당 정권에 의해 빚어진 공안통치상황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며 끌려다니던 언론기관과 학계 일부는 양비론적 태도로 일관하거나 유포하기에 여념이 없었고 이에 대한 비판이 많았습니다. 당시 한 대학의 교수님이던가 하는 분이 TV대담 프로그램에 나와 이런 식의 말씀을 하신 기억이 납니다.

"양비론이 무엇이 나쁜가. 양비론이야말로 정반합의 원리에 의해 갈등상황에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는 변증법적 사고가 아니던가?"

허허...참... 양비론이 변증법적 사고라니...
당시 학생이던 제 입장에서도 이말이 너무나도 어이가 없더군요.

 

  이런 측면들에서 요즘 항간에 논란거리가 되기도 하는 도올을 한번 떠올리며 견주어봅니다. 도올의 모습들을 과연 현재 일각에서 비판하는 측면에서처럼 그렇게만 보아야 할지...
"젊은이들이여 거리로 나가라!"가 청년들을 말 그대로 거리로 내모는 선동적 구호로밖에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 대학생이 되고 사회인이 되어서도 사회-정치적 현상에 대한 어떤 고민이나 능동적 참여 경험이 거의 없었기에 빈약하나마 어떤 관점을 갖는 것마저 다소 귀찮아했던 요즘의 청년들에게 그가 던진 말은 하나의 문제제기가 될수 있지 않을까요? 아무 고민 없는 오렌지보다는 사고뭉치라도 나름대로 사회를 바라보며 현실참여를 고민하는 운동권학생이 훨씬 건강하다고 저는 봅니다. (물론 오렌지라고 나름의 고민이 없는건 아니겠지요.^^)

 

예정보다 너무나 길어진 글의 말미에 따로 결론을 밝혀 분명히하지 않는 것은 다소 무책임 할수도 있으나 애초 댓글을 쓰려 하였던 것이 쓰다보니 길어진 것이고 굳이 따로 결론을 내어 어떤 논지를 다시 확인할 필요는 없을 듯해 이정도에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여기까지 스크롤해주신 분께 정말 감사드리겠습니다. 무슨 작정을 하고 시작하여 작성한 것이 아니다보니 다소 논리적 비약과 오류가 있을 수 있겠으나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아...물론 댓글은 사양한다는 무책임함은 아니니 다른 견해를 말씀해주심은 사양하지 않구요. 다만 언제나말씀드리는것이지만 다 보시고 숨한번 돌리신 후에 달아주시구요. 또 이 글은 어떤 정답을 강요하고자 함이 아니며 그저 제 개인의 생각일 뿐이란 점을 고려해주셨으면 합니다.

 

여튼 ...현재 상황들은 우리에게 여러가지 문제제기를 하며 또 중요한 판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어떤 견해를 가지시던 간에 모처럼 주어진 계기 신중하게 고민하고 판단하여 가급적 후회가 적을 그런 선택들이 되고 이것이 우리 사회가 한걸음 내딛음에 좋은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감사합니다.



꿈에그린
2004-03-31 01: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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