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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우리 부모님을 보는 듯한 글하나...

 
난 대구 사람이다.
대구에서 35년을 살았다.
요즘 같은 때에 내가 대구 사람이란건, 치명적인 오류다.
아버지는 꾸준히 씁쓸한 표정으로 한나라 당에 대한 미련을 못버리고 계시고,
어머니는 이제서야 고개를 갸웃거리신다.

그분들이 아직도 갈등하고 계신 이유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난 함부로 그분들의 정치적 성향을 재단 할 수 없다.
그래서 더 가슴이 아프다.
박정희 시절에 이어 전두환, 노태우까지..그분들은 이들을 영웅시 한 언론의
노예로 사셨고, 아직도 박정희가 무얼 잘못했는지 모른다는 분이시다.
독재야..시절이 원했으니..라고 하시는 그분들께,
나의 1인 시위는 이미 깊은 골만 남겼다.

한 사람이 늘었다.
신랑은 화염병꽤나 던진 사람이었고,
그에게 작금의 현실은 "욕"만 남길 뿐이었다.
아버지는 휴학을 물먹듯이 했다는 그가 처음엔 사상이 이상한 청년이 아닌가 했다.
우리가 14인치 모니터에 자주 보이던 꽃병 던지던 무모한 젊은이를 연상시키셨을테다.
아무 문제 없는 정권에 정면 도전하여 결국엔 머리에 총탄이 박히고,
고문에 꽃불처럼 승화한 젊은이들의 주검이,
아버지는 가슴 아팠으리라..
왜 그렇게 무모한 짓을 하여 부모 가슴에 상처를 남기나..하셨을터이다..
신랑도..
아버지 눈엔 그러한 한 사람으로 보였을터이다.

시끄러운 정국은 모두 대통령의 입탓이라 여기셨을터이고,
탄핵이라 대통령을 끌어내리던 1시간의 사투도 누구말마따나 사필귀정이라 하셨을테다.
아버지의 60년을 꼼짝못하게 얽어맨,
언론의 힘은 참으로 위대하다.
생각보다 국민들의 저항이 크다.
아버지는 혼란스럽다.
사필귀정이라 여겼던 일인데, 어떠한 명분으로도 신문의 일면에서
혹은 뉴스의 헤드라인에서 국회의 명분을 내세워줘야 하는데
저항을 잠재우지 못한다.

이제..왜 일까..하신다.
껄끄럽지만, 인정에 약하신 분이라 내동댕이쳐진 국회의원들의 모습이 안쓰럽게도 보였지만,
그래도 60여년의 자존심을 한번에 내다버릴 수는 없었다.
아니다..아니다..하면서도 뚝 잘라내버리지 못하는 경상도 사나이 만의 의리..
그래서 아버지는 괴롭다.
누군가 옆에서 아버지의 심적 투쟁을 거들어 줬으면 좋겠는데,
다들 입을 다문다.
화염병 던지던 사위만이 "아버지 그건 아닙니다." 한다.

그건 아니지만,
등돌리지 못하는 건,
바람 피운 배우자이지만 정때문에 확떼내지 못하고 끌어 안아야 하는..
그러나 가슴은 한 없이 쓰라린..그 무엇과 다를 바 없을테다.

그런 아버지와 삼십여년을 산 엄마가
토요일날 촛불집회에 참석한다는 나와 신랑을 두고,
그래..젊어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야지..
나야 마음같지 않다만..가서 싸워라. 하신다.
예전 같으면 다치지 않을까..사람들에게 떠밀려, 혹은 경찰들의 몽둥이 찜질을 두려워 하셨을 엄마가,
어린아이 데리고 나온 행사를 보면서,,
안심하시고 내 보내는 듯 하다.

촛불을 켜고, 사람들의 행렬에 섞여 "탄핵은 무효다" "민주주의 수호하라" 를 외치다 보니
무심코 지나가던 사람들도 한 둘씩 행렬사이로 끼어든다.
지나가던 화물차 기사 분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환히 웃는다.
승용차 유리창문을 내려 박수를 쳐주던 노 부부..
상점 윈도우 너머로 탄핵 철회라는 이쁜 글씨를 들어보이는 20대 아가씨도 보인다.
그런 한 분 한분은..천군만마 보다 더 힘이 된다.
목소리에서 쇳소리가 날때까지
나는 탄핵은 무효임을 외쳤다.
시위라는 것이 화염병과 최루탄 가스가 지옥처럼 자욱하던 것으로만 여겼던 내가
처음으로 나라에 내 목소리를 냈다.
세금낼 때 마다 군지렁 거리면서 허리가 휘겠다느니 하던 내가
그래도 말없이 기한이 되면 은행에 지로 용지를 납부하던 내가
국회가 똥물처럼 더러워도 내일이면 맑겠지..하던 내가
이제야..내 목소리 하나를 가졌다.

탄핵은 무효다..

집회 선동 세력이 있다느니,
배후 세력이 있다느니 하는 똥같은 말을 수구 꼴통 신문들이 쏟아내고,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 우리 아버지가 아직도 낡은 14인치 티브이 화면속에
혹시나 촛불 든 딸을 발견하셨을때 쏴하게 쓸어내리던 가슴을 내 모를리 없다.
덜컥하고 가슴을 쓸어내릴 만큼 내 촛불이 쉽게 꺼질 리 없는데도
아버지는 아직도 집회에 참석하면 끌려가서 고문이라도 받는 줄 알고 계실터이다.

서른 다섯 먹은 딸이,
그 지아비와 참석한 곳이 누군의 선동에 의한 것이라 믿는 당신께,
아버지의 손자같은 녀석과 함께 김밥 나눠 먹은 곳이었다 하면..안심하실까? 믿으실까?
촛불이 꺼짐과 동시에 "너흰 아니야.."라는 노랫가락만 남고,
사람들은 뿔뿔히 자기 가정과 회사로 돌아가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쇼핑을 한가로이 하고 있노라면
아버지는 믿을까?
누구도 내 촛불을 대신하여 들어다오.. 한 적 없고,
탄핵이 무효임을 말하지 않는 자를 행렬에 끌어들인 적 없고,
아리랑을 흥겹게 어깨 들썩이며 불렀다면,,
우리 아버지를 눈멀게 귀멀게 한 그들은 믿을까?

믿지 않을 것이다.
그럴리 없다고 할 것이다.
보이지 않는 세력에 의해 끌려 나갔다고 믿는 그들에게,
우리가 외치는 "대한 민국 헌법 제 일조 일항"을 아무리 소리 높여 외쳐도
그저 왜저럴까? 눈만 휘둥그래질 것이다.
왜 새삼스럼게 대한민국의 권력이 국민으로 부터 나온다는 교과서를 나부렁댈까..할것이다.
그 기본을 철저히 짓밟은 그들은..
우리가 외치는 것을 교과서 읽는 것으로 착각하고 사는 것이다.

우리가..
정녕 시간이 남아..
기본을 말하는 것일까?

우리 아버지는 그들보다 못 배우셨다.
그러니..헌법 제일조 일항을 모르실 수도 있다.
그래서 주권을 잃어버리고 사셔도 별 불편함도 모르실터이고,
찾으실려는 노력을 아니하실지도 모른다.
그들이 아버지의 무지를 빌미삼아 강도짓을 일삼거나
주권을 소매치기 하여도,
아버지는 모르실 수 있다.
소매치기하고도 떳떳이 수구의 언론을 빌어 아니한 척 한다고 한들,
아버지가 나서서 내 밥그릇 내놔라..하실거 아니라는 거 잘 아는 무리들이니까..

하지만..난 달라야 한다.
난 아버지가 비싸게 낸 등록금때문이라도,
밥먹여주시고 길러주시고 옷 입혀주신 그 큰 희생을 위해서라도
난 알아야 한다.
그분들의 무지를 팔아 내가 먹고 입고 자라왔으므로
난 따져야 한다.
내 아버지와 내 어머니의 희생을 돌려달라고 따져야 하고,
눈가리고 귀멀게한 그들을 보란듯이 밀어내야 한다.

그게..
내 밥값이다.


내가 대한민국을 통해서 입고, 대한민국을 통해서 먹고, 대한민국의 어느 한 바닥에 싸질러 놓은
분비물의 값이다.
 
출처 : 마이클럽 어떤분


written by (nylee2k)
2004-03-25 03:40:34
457 번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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