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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눈물은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었다고 생각하고 흘리는 것이다.’
(F.W.Nietzsche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천국의 문은 기도에 대해선 닫혀 있더라도, 눈물에 대해선 열려 있다.’ (탈무드)
문득 눈물의 진정성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두 말을 떠올린다.
우리는 참 많은 눈물을 보아 왔다. 지난 대선(大選) 때 유권자의 감성을 자극하던 노무현 후보의
눈물을 보았다. 대선이 끝나고 이번에는 이회창 씨의 눈물도 보았다.
아마 그 눈물은 회한의 눈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번엔 난장판이 된 국회에서 애국가를 부르며 흘리는 ‘여당’ 대표의 눈물을 본다.
온 나라가 분노로 들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통령 탄핵 전에 노무현 대통령에 절망하던 절대 다수가 이번엔 탄핵에 가세한 야 3 당에 등을
돌린 것처럼 보인다. 방송을 들어보면 탄핵은 쿠데타이며, 탄핵에 표를 던진 의원은 매국노이다.
그래서 이번의 탄핵이 열린우리당과 대통령의 노림수에 빠진 것이라는 말조차 떠돈다.
그렇다면 서로 부둥켜안고 꿇어앉아 , 흘리던 여당 대표와 의원들의 눈물은 악어의 눈물이라는
말이 된다.
여당측은 야당이 지난 대선의 결과에 승복하지 않았다고 했다.
정확히는 한나라당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다분히 그런 면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불승복에는 나름대로의 이유도 있었다.
김대업이라는 자가 검찰청을 제 집 뛰어다니듯 하며 벌인 병역비리 사건 수사는
정책 대결로 나아가야 할 대선을 폭로전으로 몰아갔다.
기양건설에서 뇌물을 받았다는 폭로와 최모씨에게서 돈을 받았다는 설훈의원의 폭로도 뒤엉켰다.
그러한 폭로를 몇 달간 헤드라인으로 내보낸 방송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의심을 받기에 족했다.
당선에 근접했던 두 후보만의 정책 대결은 볼 수 없었다.
후보 토론은 제3의 후보였던 민주노동당 후보가 쏟아낸 ‘부패원조당’이니 하는
쾌도난마(快刀亂麻)의 조어(造語)에 묻혀버렸다.
때맞추어 불어닥친 미군에 의한 두 여중생의 죽음에 대한 촛불시위도 한나라당엔 불리했다.
“반미면 어떠냐”는 노무현 후보의 발언이 전화위복이 되었다.
거기다가 후보 단일화라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사건이 있었다.
이념이나 정책에서 너무나 달랐던 두 후보가, 반(反)이회창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로
단일화를 이뤄냈다.
야당이 “고스란히 당했다”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방송에 당했고 인터넷에 당했다는 처절한
자괴감이었다. 그래도 침묵하는 다수는 이에 동조하지 않았다.
그들은 노무현 대통령에 희망을 걸었다. 이회창 씨에 대한 동정과 미련도 있었지만,
‘두 번의 차려준 밥상을 발로 찬’이회창 씨의 퇴장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분열되었던 국론도 아물기 시작했다.
그러나 상처가 아무는 속도는 더뎠다.
지역에다 이념으로 갈갈이 찢긴 터라 그럴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은 이를 간과했다.
그는 분명 기회를 잡았지만 가장 유용했을 취임 초의 1년을 지지세력의 확산에 허비했다.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민주당에서 발을 뺐다.
지역구조를 타파하고 낡은 정치세력과 단절하겠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그러나 그 단절은 객관적인 징표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따라오면 개혁세력이었고 남아 있으면 낡은 세력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독립한 검찰’이 대선자금이라는 금단(禁斷)의 상자를 열었다.
김영삼씨도 김대중씨도 열지 않던 상자였다.
전직 대통령들이 대선자금을 건드리지 않은 이유는 사실 단 하나였다.
누구든 불법 대선자금에서 자유스럽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고비용의 정치구조 탓도 있었지만 솔직히 말해, 낮은 민도(民度) 때문이기도 하였다.
대선자금을 건드리다간 불법선거가 될 것이 너무 뻔하였고 대통령 당선무효로 비화될
소지가 있었다. 그런데도 노무현 대통령은 그 상자를 열었다.
야당은 차떼기로 매도되었고 여당은 ‘티코’가 되었다.
야당이 심정적으로 승복할 리 없었다. 리무진을 받으면 뇌물이 되고
티코를 받으면 죄가 안되느냐는 비아냥이 따랐다.
그리고 그 티코도 4대 그룹에선 한 푼도 안받았다는 묘한 결론에서 도출된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대통령은 10분의 1이라는 이상한 논리를 내세웠다.
그리고 측근비리는 ‘동업자’가 대통령의 체면 치레를 위해 받아두었던 것이어서
그저 너그럽게 봐주기를 요구했다.
그것은 반대파들에겐 마치 티코니까 범칙금을 낼 수 없다는 식의 기묘한 말로 들렸다.
그리고 대통령은 총선에 ‘올인(All In)’했다.
사실 재임 중 총선에 ‘올인’하지 않았던 전직 대통령은 없었다.
김영삼씨든 김대중씨든 대통령으로서 사실상의 공천권을 행사함은 물론 승리를 위해
‘여당 총재’로서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도 야당들은 노대통령에겐 ‘올인’이라고 공격했다.
대통령의 말이 문제였던 것이다.
선관위의 유권해석 뒤에도 대통령은 사태를 무마할 기회가 몇 번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은 그러지 않았다.
그것이 법률가적인 고집이든, 단순한 오기이든 야당으로서는 참을 수 없는 유혹이었고
당연한 분노였다. 그리고 이 탄핵에는 나열된 이유 외에 대통령과 그의 당파가 ‘좌파(左派)’라는
두려움과 함께,,,,,
상대를 공존의 대상이 아닌 박멸의 대상으로 본다는 공포도 한 몫 거들었다.
마침내 탄핵이 발의되었고 그리고 가결되었다.
‘여당’은 3일간 의장석을 점거하다 밀려나 눈물을 흘리며 애국가를 불렀다.
그리고 ‘권력 찬탈’이며 ‘쿠데타’라고 울부짖었다.
굳이 절차를 문제삼자면 단상을 점거해 의사 진행을 방해한 ‘여당’이야말로
다수결을 무시한 반민주적 행태를 보였는데도 여기에 대한 변명은 없다.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였다고 헌법적 절차에 의해 소추한 탄핵절차를 두고,
헌법 파괴를 의미하는 ‘쿠데타’라고 하면서 그들은 민주를 들먹인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부패한 국회의원이 탄핵한다는 것이 민주주의에 어긋난다는 논리이다.
사과만으로 끝날 수 있는 사소한 일을 탄핵으로 끌고 간 것은 권력 찬탈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 ‘부패한’ 국회의원도 국민들이 뽑은 사람들이며,
끝내 사과를 거부했던 대통령의 시각이 얼마나 중대한 문제인지를 그들은 애써 무시한다.
의도했던 아니든 감정적인 반발이 쏟아지고 있다.
‘총동원령’이 내려졌다는 추종세력은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촛불을 들고 모여든다.
문화계와 종교계가 거드는가 하면 연예인까지 거침없이 비감어린 말들을 쏟아낸다.
‘모든’시민단체들이 탄핵에 참가한 의원들을 탄핵한다.
인터넷엔 또다시 정치적 발언과 여론조작이 넘쳐난다.
촛불과 인터넷을 통한 포퓰리즘이 극치에 이른 느낌이다.
그러나 침묵하는 다수가 있음을 두려워하라.
여당의 눈물에도 흔들리지 않고 야당의 명분에도 꿋꿋한, 침묵하는 다수가 있음을 유의하라.
이 나라의 주춧돌인, 말하지 않는 다수인,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음을 겁내라.
그 다수는 감정에 끝까지 휘둘려 ‘악랄하게 피눈물로 되받는’추종 세력이 아니며,
마찬가지로 명분만으로 나라를 질곡에 빠뜨리는 우매한 세력들의 종이 아니다.
이미 이 컬럼에서 몇 차례 언급한대로 노무현대통령을 반대한 ‘다수’와
비판하는 ‘다수’도 그가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그 침묵하는 다수는 대통령이 일파의 수장이 아닌,
국민의 대통령으로서 갈등을 치유해내기를 바랐다.
그들은 대통령이 민생에 진력하고 안보에 힘쓰며 통일에 진일보하기를 바라는
순박한 우리의 백성들이다. 그 침묵하는 다수가,,,,
이번의 탄핵소추 전에는 대통령에 실망했다가도 탄핵안이 가결된 후 야당을 비판하는 데에
심정적으로 동조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어느 순간 대통령이 결코 피해자가 아니란 걸 깨닫는다면
그런 심정적 동조는 차갑게 흩어져갈지 모른다.
침묵하는 다수가 역사를 만든다.
눈물이 역사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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