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다간 우리나라의 의료체계가 사회주의화 될 거라면서 의사들이 아우성이다. 1달전 경향신문 1면에 난 '국민들을 두 번 죽이는 의료사회주의에 반대한다.'라는 광고를 보고 실컷 비웃었는데, 한 술 더 떠 의사들 10만명이 여의도에서 집회까지 열었다. 그 집회에서 그들은 '의료사회주의'를 막기 위해 투쟁하겠단다. 거기에다 '국민을 위해서'라는 거창한 대의명분을 앞세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각설하고...
의사들... 그들도 이익집단이므로 자신들의 권익을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이것은 자유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누릴 수 있는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에 주장하는 것 자체에는 크게 문제가 없다고 본다. 그러나 그들이 주장하는 것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보느라면 모순, 역설... 아니 언어도단이란 말이 튀어나올 수 밖에 없다.
첫째, 의료사회주의를 막겠다고??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가들 중에서도 의료체계의 성향이 가장 오른쪽인 나라이다. 공공의료가 우리나라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15%뿐. 의료사회주의와는 하나도 관련이 없다. 공공의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그 반대라면 모를까, 의료사회주의 운운은 국민들의 레드 콤플렉스를 자극시켜 목적한 바를 꾀하려는 얄팍한 선동일 뿐이다. 그들은 그것도 모자라 '포괄수가제'도 의료사회주의라고 한다. 근데 이 제도는 우리와 같이 반공의식이 짙은 대만에서도 시행 중이고, 유럽 선진국들이나 미국도 이미 시행 중이다.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위에서 언급한 모든 나라들이 '의료사회주의 국가'들이고, 공산주의자들이 의료계 곳곳에 침투하여 적화시킨 꼴이 된다. 이게 말이나 되는가? 사회주의가 무엇인지도 알지도 못하면서 '견강부회'하는 꼴이 우습다. 도서관에 가서 공부 좀 하시라. 앤소니 라이트의 책들을 추천한다.
둘째, 그렇게 투쟁하는 이유가 국민들을 위해서라고??
의사들이 요구하는 대로 정부가 다 들어준다고 치자. 짜잔~ 하고 국민들의 의료상황이 획기적으로 달라지나?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지 않아도 수입이 짭잘한 의사들의 주머니 속만 좀 더 빵빵해질 뿐이다. 지금의 의료복지체계에서는 일반 서민들이나 중산층들이 암같은 난치병에 걸렸을 때 70%이상이 파산하거나, 돈이 없어서 제대로 치료받지 못 하고 있다.
진정 국민들을 위한 의료개혁을 주장한다면, 이와 관련된 의료개혁 방안이 제시되어야 하는데 그들이 내세우는 의료개혁 방안 중 하나에는 '경쟁적 건강보험 도입'이 있다. 이는 사실상 민간 의료보험 도입이며, 돈 없는 시민, 노동자, 농민들에게는 그 만큼 의료보험 혜택이 돌아가지 않게 된다. 한 달에 100만원을 의료보험료로 내는 상류층과, 한 달에 4만 5천원을 의료보험료로 내는 하류층이 있다고 치자(물론 두 사람이 가입한 민간 의료보험은 다른 걸로 친다.) 똑같은 병에 걸렸을 때, 누가 더 보험 혜택을 보게 될까? 불문가지다. 이렇게 본다면 실상 그들이 내세우는 '국민'은 많아야 대한민국의 10%정도를 차지하는 중상 중산층 이상이 된다. 그들이 내세우는 의료개혁이 정녕 누굴 위한 것인지 이제 좀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의사들이여... 더 이상 '국민'을 빙자하여 사기치지 말기를 바란다. 그냥 당신네들 수입이 줄어든다고, 적정 수준을 제시하여 이 정도는 벌어야 겠다고 당당히 의사표현을 해라. 그게 얼마나 바람직한지는 국민들이 알아서 할 수 있다. H당의 K의원들(두명임. 맞혀보세요)이 자신들의 생각보다 조금만 왼쪽에 있어도 사회주의 운운하듯이 더 이상 어설픈 구호로 국민들의 레드 컴플렉스를 자극시키지 말 기를 바란다. 어차피 문제는 '건강보험공단의 방만하고 무책임한 운영'에 있지 않은가? 논의는 그 가운데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지, 우리나라의 의료복지체계에 대해 '사회주의' 운운하며 무식을 드러내는 것은 옳지 않다. 진정 국민들을 위한다면 조금만 양보를 하시라. 물론 정부도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와 노력을 보여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