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는 사랑하는 아내와의 사이에 1남 1녀를 두고 단란한 가정을 꾸미고 사는 평범한 가장이었습니다. 작은 회사에 다니는 이씨는 성실하게 일하고 검소하게 산 덕분에 느즈막이 작은 집 한 채를 마련할 수 있었고, 가족들과 아늑한 보금자리에서 오순도순 행복해 했습니다.
어느 날 이씨는 밀린 회사 업무를 처리하느라 밤늦게야 집으로 향했습니다. 골목 어귀를 지나갈 때 어떤 사람이 담벼락에 비스듬히 누워 신음하고 있는 것을 보았지만 홀낏 쳐다보고 무심히 지나쳤습니다. 집에 들어오니 아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과외 공부를 저녁 늦게까지 하는 아들이라 그 날은 좀 늦겠지 하고 큰 염려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12시가 넘어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씨는 그제서야 부랴부랴 아들의 친구, 친척집 등에 연락을 하였습니다. 아들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밤을 하얗게 새운 이씨와 부인은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아들의 거처를 알 수 있었습니다. 어떤 병원에서 아들이 응급실에 있으니 빨리 오라는 연락을 해왔던 것입니다. 너무 큰 상처라 살 가망이 없어 보였습니다.
아들은 과외 공부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다 그만 뺑소니 자동차에 치어 사고를 당한 것입니다. 그제서야 이씨는 전날 밤 담벼락에 기대어 신음하던 사람이 바로 자신의 아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포함해 길을 지나가던 많은 사람들의 무관심 때문에 오랜 시간 방치되었다가 어느 노인의 도움으로 겨우 병원에 실려온 것입니다.
"조금만 더 일찍 병원으로 데려왔으면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을 텐데.."
의사의 말에 이씨는 주먹으로 눈물만 훔칠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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