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자가 선보인 ATi의 하이라이트. 엘자 Falcox 980XT(레이디언 9800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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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상 칩셋 제조사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그래픽카드 완제품을 직접 만드는 제조사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워낙 업데이트 주기가 빠르고, 품목이 다양해서 제조사가 융통성을 부릴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은 고성능 그래픽카드에서도 어김없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실상 레퍼런스 디자인으로 통일되다보니 제조사들은 패키지에 담는 번들게임이나 쿨러 정도에서만 차이 날뿐, 같은 칩셋으로 만든 제품은 별다른 차이점을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값으로만 제품을 구분 지을 뿐, 제조사의 생산능력이나 마케팅 능력, 특히 그래픽카드에 담긴 노하우는 쉽게 생각하곤 합니다. 그런 기준으로 본다면, 엘자는 손해를 많이 보고 있는 회사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파격적인 디자인과 다양한 부가기능으로 “역시 엘자”라는 칭송을 받았던 것이 그리 오래 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엘자 그래픽카드라고 하면 값비싼 고급 그래픽카드로만 인식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이런 엘자가 어려움을 딛고 지포스 일변도의 생산라인에 ATi를 더한 것은 큰 뉴스거리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만큼 아직도 엘자가 갖추고 있는 이른바 이름값이, 좀 더 멋지게 표현한다면 네임 벨류가 살아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엘자에서 최신 ATi 레이디언 VPU를 쓴 엘자 Falcox 980XT를 선보였습니다. 내년 정도면 지금의 AGP대신 새로운 규격인 PCI 익스프레스가 도입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AGP 그래픽카드의 최고봉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 | |||||||||||||||||||||||||||||||||||||||||||||||||||||||||||||||
속도 빠른 레이디언 9800XT를 달아 그래픽카드 성능의 핵심은 흔히 칩셋이라고 말하는 GPU와 메모리입니다. ATi에서는 GPU라는 말 대신 VPU라는 단어를 쓰고 있습니다. 이번 9800XT는 기존 레이디언 9800에서 325MHz와 580MHz이었던 클럭이 412MHz와 730MHz로 각각 높아졌습니다. 그만큼 성능 향상이 있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클럭이 높아지면 그만큼 전기소모량도 늘어나고, 이에 따른 발열량도 크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레이디언 9800XT는 여전히 0.15미크론 공정으로 만들어집니다. 이미 CPU의 경우에는 0.09미크론, 다시 말해 90나노미터 공정으로 옮겨지는 분위기이고, 그래픽칩셋 역시 0.13미크론이 일반적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분명 단점입니다. 따라서 엘자 Falcox 980XT를 보면 거의 대부분을 커다란 쿨러가 감싸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거대한 방열판은 뒷면에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물론 이런 디자인은 결코 엘자 제품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니며, ATi 제품 어느 것에서나 볼 수 있는 이른바 레퍼런스 디자인이기는 합니다. 실제 고성능 레이디언 시리즈의 경우 생산까지 ATi에서 깊숙이 관계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전원부를 살펴보면 고성능 그래픽카드답게, 외부 전원을 필요로 합니다. 이 정도 성능의 제품이라면 이를 단점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언뜻 보아서는 전원부가 간결해진 듯 보입니다만, 실제로는 기존 레이디언 9800프로보다 더욱 많은 캐퍼시터와 노이즈 제거용 코일 그리고 필터소자 등이 들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쿨러를 중심으로 2차 전원부도 여전합니다.
이렇듯 엄청난 성능 때문에 전력소모량과 열이 심할 수밖에 없는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쿨러는 그리 위압적이지 않습니다. 심지어 슬림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이는 쿨러 하나로 VPU는 물론 메모리까지 한번에 식힐 수 있도록 설계된 데다가, 히트싱크와 팬이 모두 구리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열 전도율이 더욱 좋은 금속도 있습니다만, 보통 귀금속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구리로 만든 크지만 얇은 히트싱크는 엄청난 열을 빨리 식혀주는 중요한 도구입니다. 더군다나 팬의 직경이 지금껏 그래픽카드에서 볼 수 없던 엄청난 크기의 70mm팬을 써서 비교적 회전수를 낮춰, 조용하면서도 뛰어난 냉각성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경쟁사인 엔비디아도 본받았으면 하는 점입니다. 덕분에 공간이 넉넉지 않은 베어본에도 쓸 수 있을 정도입니다.
디스플레이 출력포트는 D서브와 TV아웃, DVI-I 포트를 갖추고 있습니다. VIVO기능이 빠진 것은 앞으로 VIVO기능이나 ATi의 장기 가운데 하나인 올인원더 타입으로 제품이 선보일 것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달라진 드라이버도 눈에 들어 얼마 전 엔비디아와 ATi의 최신 드라이버들이 잘 알려진 벤치마크 프로그램인 3D마크03의 성능을 조작한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3D마크03을 개발하는 퓨처마크사에서 새로운 패치를 선보이고, 엔비디아는 또 다른 드라이버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를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그래픽카드에서 드라이버가 차지하는 비중을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본디 엘자의 장점 가운데 하나가 전용 드라이버였습니다. 예를 들면 1024*768 등의 정형화된 4:3비율이 아닌 1280*768 등 독특한 해상도를 쓸 수 있기도 하는 등 다양한 부가기능이 숨겨 있었습니다. 굳이 무리를 해서 엘자의 바이오스를 입혀 엘자 드라이브를 쓰는 이들도 심심찮게 있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 제품에도 그런 것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이 역시 그래픽카드 제조사에서 칩셋 제조사로 주도권이 바뀐 것을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 제품의 드라이버 역시 ATi 카탈리스트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엘자만의 그 무엇을 찾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전체적으로 3D속도는 물론 3D품질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 모습인데, 비등방성 필터링인 Smoothvision이나 그래픽품질을 더욱 고급스럽게 만들어주는 Truform 등에 대한 옵션이 매우 쉽게 설정할 수 있도록 바뀐 것은 요즈음의 그래픽카드 이슈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백미는 역시 오버드라이브(Overdrive)를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오버드라이브는 레이디언 9800XT와 9600XT에서만 쓸 수 있는 기능입니다. 간단히 활성화시켜주는 것만으로도 그래픽카드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오버클럭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초보자들로서는 매우 간편하게 오버클럭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인데, 실제로는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먼저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가운데 엔진클럭만 올려주고 메모리는 그대로입니다. 이는 9800XT에 달려 있는 온도센서를 통해 온도를 알아채 저절로 오버클럭기능이 적용되도록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즉, 기본적으로 온도가 상당히 높은 레이디언 9800XT에 온도를 감지하면서 클럭을 높이기에 오버드라이브라는 거창한 이름과는 달리 실제 성능 향상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ATi의 발표에 의하면 이를 적용하면 최고 460MHz까지 클럭을 높일 수도 있다고 하니, 앞으로 드라이버 버전업과 함께 달라진 모습을 기대해 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하나 더. VPU 리커버 기능도 빼놓을 수 없을 듯 싶습니다. 이 기능은 그래픽카드의 문제로 제대로 화면이 작동하지 않을 때, 리부팅을 하지 않고도 디스플레이 기능만으로 그래픽카드의 기능을 다시 쓸 수 있는 기능입니다. 참 흥미롭지요! 엘자 Falcox 980XT에서 엘자만의 맛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물론 이는 엘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최근 그래픽카드의 공통적인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좀 더 엘자만의 그 무엇이 담겼으면 하는 생각은 간절합니다. 물론 최고의 그래픽칩셋을 엘자라는 솜씨 좋은 요리사가 멋진 음식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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