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치고 싶은 펜티엄4 데스크탑, HP E-PC 42
2002.03.25 | |
| SF영화처럼 손바닥만한 컴퓨터로 모든 작업을 처리하지는 못하더라도 컴퓨터 성능은 점점 좋아지는데 비해, 그 크기는 날이 갈수록 작아지고만 있다. 노트북이나 PDA, 핸드핼스 PC의 경우 이제는 더 이상 작아지기 힘들 정도의 미니 사이즈 제품이 선보이고 있다. 반면 데스크탑은 필요 없는 기능을 과감히 제거하거나 통합하고 대신 데스크탑 특유의 성능은 더욱 강화한 새로운 개념의 컴퓨터들이 앞다투어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슬림PC나 북PC, 미니PC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이 제품들은 한결같이 컴퓨터라면 의래 크고 무겁다는 기존 관념을 깨트리는 혁신적인 제품들이다. 얼마전 국내 1위 삼성전자와의 색다른 비교광고로 많은 관심을 모았던 한국HP에서 새롭게 선보인 E-PC 42는 백과사전 만한 크기의 작은 컴퓨터이다. LCD모니터만 달려있으면 노트북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 하지만 그 사양은 최신 펜티엄4를 기반으로 ATi 레이지 128 등 강력한 데스크탑 그대로이다. 덩치만 크고 자리만 차지하는 애물단지 컴퓨터의 개념을 확실히 바꿀만한 제품이다. | ||||||||||||||||||||||||
미니PC의 개념을 바꿀만한 강력한 성능이 돋보여 HP E-PC 42는 HP가 야심적으로 선보였던 E-PC의 최신 시리즈이다. E-PC는 이미 제법 오래 전부터 다양한 시리즈가 선보여 사무용이나 작은 크기의 컴퓨터가 필요한 곳에서 나름대로 인기를 모아왔다. 이번 E-PC 42는 무엇보다 최신 펜티엄4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냉정하게 말한다면 그 동안 미니PC나 슬림PC는 뜨거운 관심만큼 많은 사랑을 받지는 못한 것이 사실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첫째는 컴퓨터에 대한 선입관을 깨지 못했기 때문이다. 컴퓨터라면 의래 적당한 크기의 케이스에 담겨야 그에 걸맞은 성능을 보인다는 오랜 인식을 작은 크기의 미니PC가 대신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컴퓨터하면 으레 업그레이드를 떠올리는 고정관념에 확장성이 부족한 미니PC의 설자리는 좁았다. 두 번째는 지금껏 미니PC나 슬림PC의 성능이 기대에 못 미치는 점이 있었다는 것이다. 미니PC나 슬림PC의 경우 작은 크기라는 명제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일반 데스크탑에 비해 성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하드디스크와 CD롬 드라이브 그리고 그래픽 기능을 들 수 있다. 미니PC의 상당수는 작은 크기를 유지하기 위해 노트북용 부품을 상당수 쓰고 있다. 하드디스크, CD롬 드라이브, 그래픽카드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런 부품들은 CPU만큼은 아니더라도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 노트북용 제품들은 배터리 이용시간을 먼저 생각한 탓에 아무래도 성능은 데스크탑 부품에 못 미치게 마련. 이런 부품들을 이용한 미니PC가 데스크탑에 길들여진 이용자 입맛에 맞을 리가 없었다. 미니PC란 데스크탑도 아니고 그렇다고 노트북도 아니라는 비아냥거림은 이런 이유가 있는 것이다. 펜티엄4를 기반으로 하는 고성능 미니 PC HP E-PC 42의 가장 큰 장점은 철저하게 데스크탑기반으로 만들어져 이런 성능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관심이 모아지는 CPU의 경우 도저히 믿기 어려운 펜티엄4 1.6GHz이다. 당연히 최신 478핀으로 제품에 따라서는 1.8GHz까지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미니PC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른바 통합형 보드가 아닌 인텔 i845칩셋을 기반으로 하는 전용보드를 담았다는 것이다. 같은 펜티엄4 컴퓨터라고 하더라도 노트북처럼 그래픽기능을 함께 담은 통합형 보드가 아닌 데스크탑과 같은 i845보드를 썼다는 것은 이 제품의 컨셉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인텔보드 특유의 안정성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메모리 역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데스크탑용 PC-133 SDRAM을 달았다. 좀 더 바란다면 DDR SDRAM을 쓸 수 있는 i845 B0스테핑 메인보드를 썼으면 더욱 좋았겠지만 이 정도면 펜티엄4와 궁합을 맞추는데 부족함은 없는 셈이다. 메모리 DIMM 역시 하나가 비어있으므로 필요하다면 좀 더 메모리를 늘릴 수도 있다. 다만 윈도우즈XP를 기본 운영체제로 쓰면서 128MB메모리를 달았다는 것은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든다.
성능의 마지막 완성은 바로 그래픽이다. 대부분 미니PC는 크기 때문에 한결같이 통합형 그래픽코어를 써서 상당한 성능저하가 있다. 반면 HP E-PC 42의 경우 ATi Rage 128칩셋을 보드에 따로 달았다. 그래픽메모리 역시 최신 DDR SDRAM을 16MB달았다. 최신 레이디언 시리즈에는 못 미치지만 사무용으로는 충분한 수준이다. 흔히 볼 수 있는 엔비디아 제품에 비해 화질과 문자가독성이 뛰어난 편이므로 오랜 시간 써야하는 사무용으로는 그만이다. CPU와 메인보드, 그리고 그래픽카드라는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요소가 일반 데스크탑 수준이므로 성능 역시 기존 미니PC와는 확실히 구분되는 것이다. 하드디스크 역시 노트북용이 아닌 데스크탑용 최신 ATA-100 규격을 만족시키는 제품이다. 40GB라는 크기는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일반적인 용도에는 그다지 부족함은 없는 크기이다. 마음에 드는 것은 파티션을 이미 나누어 놓았다는 것. 컴퓨터를 사자마자 즉시 업무에 투입할 준비가 완료된 셈이다. 반면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CD롬 드라이브는 노트북용을 써서 공간을 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4배속이므로 어지간한 작업에는 충분한 속도이다. 물론 모델에 따라서는 DVD롬 드라이브나 CD-RW를 달수도 있다. 작은 크기지만 필요한 모든 기능을 담아 그밖에 빠져서는 안 되는 기능들, 예를 들면 네트워크 기능이나 사운드 역시 충실히 갖추고 있다. 이런 작은 크기의 제품에서 이런 기능들을 이른바 온보드했다고 트집을 잡는다면 곤란한 일이다. 반대로 수명을 다해 가는 FDD를 제거한 것은 최신 흐름에 발 맞춘 컨셉이라고 보여진다.
오히려 이런 작은 컴퓨터라면 내부 확장성보다는 당연히 외부 확장성을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어차피 크기가 작은 공간에 많은 부품을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얼마나 다양한 포트를 갖추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일반적인 데스크탑보다 훨씬 중요하다. 이 제품은 정면에 두 개의 USB포트를 비롯해 모두 4개의 USB포트를 갖추고 있다. 대부분의 주변장치가 USB로 통일되는 요즈음의 분위기에 잘 들어맞는다. 그 밖의 네트워크, PS/2, 시리얼, D-Sub, 패러럴 등 대부분의 포트는 착실하게 마련되어 있어 쓸모를 더해주고 있다. 욕심을 부려 IEEE1394포트까지 갖추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정도이다.
재미있는 것은 따로 갖추어진 코드 정리 가이더이다. 이를 이용하면 복잡한 컴퓨터 뒷면을 매우 깨끗하게 정리할 수 있다. 작은 아이디어이지만 HP라는 이름 값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다. 더욱 흥미 있는 것은 뒷면에 달린 작은 잠금 장치. 열쇠를 이용해서 잠글 수 있는데 워낙 작은 컴퓨터를 생각한 작은 재미있는 보안장치인 셈이다. 효과적인 열처리가 돋보여 크기가 작은 슬림PC에서 내부 발열은 안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상대적으로 작은 공간에 많은 부품을 넣다보니 금새 온도가 오르게 마련이다. 노트북이야 저전력 부품을 써서 어느 정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데스크탑은 그것이 힘들다. 그렇다고 온도를 낮추기 위해 넉넉한 내부 공간을 마련하면 슬림PC만의 장점은 사라지게 된다.
제품을 열어보면 제품 사이즈에 비해 엄청난 크기의 쿨러가 눈에 들어온다. CPU와 그래픽코어 등 수많은 칩셋이 뿜어내는 열을 효과적으로 뽑아내는 것이다. 반면 CPU쿨러는 방열판으로 처리했다. 크기도 상당해서 펜티엄4라도 효과적으로 견디어낸다. 실제로 CPU를 100% 가동시키는 가혹 실험을 24시간 이상 해보았지만 별다른 안정성의 문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미니PC를 쓰면서 걱정하는 또 하나의 고민거리를 효과적으로 해결한 셈이다. 열과 크기 문제를 해결한 또 다른 장본인은 바로 어댑터이다. 전원공급장치 역할을 하는 어댑터를 제품 밖으로 따로 뽑아놓았다. 덕분에 열과 소음을 더욱 줄일 수 있게 된 셈이다.
세워서도 눕혀서도 쓸 수 있는 감각적인 디자인
대부분의 미니PC는 극단적으로 크기를 줄인 탓에 막상 쓰기는 그리 쉽지 않다. 대부분 책꽂이에 책을 꼽아놓은 형태로 제품을 이용한다. 반면 HP E-PC 42의 경우 이런 일반적인 형태는 물론 보통 데스크탑처럼 뉘인 형태로도 문제없이 쓸 수 있다. 막상 크기가 작을수록 디자인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무척 어색해 보이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효과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는 셈이다. 소유에서 이용으로 개념을 바꿀 제품 컴퓨터라면 의래 큰 재산으로 생각한다거나 적어도 체면치레를 위한 과시를 위해서라면 이 제품은 결코 적당한 제품이 아니다. 컴퓨터라면 반드시 업그레이를 해서 써야한다는 이른바 DIY족에게도 어울리는 제품은 아니다. HP E-PC 42는 컴퓨터 자체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쓰는가에 더 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크기지만 옹골찬 성능, 뉘어도 세워도 어떤 자세로도 100% 성능을 발휘하는 컴팩트한 디자인. 넉넉한 외부 확장성과 효과적인 방열시스템. 컴퓨터 하나만 있으면 거의 모든 작업을 처리할 수 있는 기능. 이 모든 것이 변해 가는 컴퓨터 환경을 잘 대변해주는 셈이다. 어떤 컴퓨터를 사는가보다 어떻게 쓰는가가 중요해진 요즈음, HP E-PC는 하나의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안정적인 성능과 AS는 결코 조립PC에서는 같이 조립할 수 없는 덕목이다. 펜티엄4라는 성능이 오히려 세컨드PC로는 조금 넘치는 느낌을 주기는 한다. 따라서 가장 큰 쓰임새는 아무래도 기업체일 것이다. 가뜩이나 좁은 사무공간에 고민했다면, HP E-PC 42는 현명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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