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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명대사로 본 2003년 한국 사회

 


진정한 사랑에 울고…직관적 관계에 목마르고


드라마는 권력이다. 그것은 현대 사회 풍속의 제조자이고, 의식(意識)의 규정자이다. 드라마의 힘은 등장 인물들의 말(대사)에서 나온다. 올해도 ‘시청률 톱10’ 중 상위 8개를 휩쓴 것은 어김없이 드라마였다. ‘다모’에서 ‘대장금’까지, 2003년 한국 안방을 휘저었던 드라마 속 말들을 통해 이 시대 의식과 풍속의 현주소를 짚어본다.<br><br><p>“아프냐, 나도 아프다” 에서 시청자들은 충혈(充血)됐다. 드라마 ‘다모’에서 황보 종사관(이서진)이 채옥(하지원)에게 했던 이 말은 ‘다모 폐인’이라고 불리는 이 드라마의 ‘열혈 신도’에 의해 최고의 대사로 꼽혔다. 수다와 소음, 그리고 욕지거리의 언어가 지배했던 2003년의 한국사회. 구구절절하게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느냐”고 “왜 나를 못살게 구느냐”고 하소연하는 게 아니라 품격을 유지하면서도 진정성을 드러낸 언어였다.  “네게 난 무엇이더냐” 를 부르짖던 황보 종사관으로부터, 현대의 한국사회에서 찾기 힘들었던 매력적인 남성성을 발견했다는 시각도 있다.<br><br><p>‘명랑불륜드라마’라는 꼬리표가 붙은 드라마 ‘앞집 여자’에서 사람들은 성 정치학의 역학관계가 역전됐음을 확인했다.  “아직 진도 덜 뗐나 보네? 잡은 고기엔 떡밥 안 주는 법이야”  유부녀 미연(유호정)이 옛 대학동창 남자친구에게 생일 축하 꽃다발을 받은 걸 보고 앞집 여자 애경(변정수)이 한 말이다. 변정수는 “진도 어디까지 나갔어?”라는 질문이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시대는 끝났음을 선언한다.  “(바람이나 불륜은) 들키면 유죄고, 안 들키면 무죄야” 라는 대사도 마찬가지다.<br><br><p>어린 장금이의  “그냥 홍시맛이 나서 홍시라 생각한 것이온데, 어찌 홍시라 했느냐 물으시면…” 이란 대답에서는 “대상과의 직접적 관계회복”을 희망하는 현대인의 숨은 욕망을 읽는다. 시청률 50%를 넘긴 드라마 ‘대장금’에서 장금의 라이벌 금영이는 이런 저런 논리적 이유를 대며 맛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지만, ‘절대미각’ 장금이는 그냥 직관적으로 느낄 뿐이다. 어쩌면 정보화 사회 속에서 대상과의 직접적 접촉을 잃어버린 우리들에게, 갈증과 향수를 불러일으킨 대목이 아니었을까.<br><br><p>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올인’에서  “운명은 늘 내 편이 아니었지만 이번 승부는 내가 이길 것 같습니다. 올인! 지금 나는 내 모든 것을 걸고 한 사람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라고 되뇌던 이병헌이나, 김수현 대사의 정수를 보여줬던 ‘완전한 사랑’에서 차인표가 부르짖던  “(당신은 내게) 누구보다도 여자야. 나한텐 유일한 여자야”  같은 표현들은 사랑의 진정성을 되새기게 했다.<br><br><p>높았던 인기만큼이나 말이 타락해서, ‘조롱’과 ‘비아냥’의 대상이 됐던 경우도 있다. 여성민우회에 의해 ‘올해 최악의 방송프로그램’으로 꼽힌 ‘인어아가씨’에서 ‘황당 대사’로 꼽힌 케이스들이다.  “어머니, 하나를 하더라도 꼼꼼히 해 버릇하세요” (집안일에 서툰 시어머니를 아리영이 야단치며),  “신경 꺼드릴게요” (며느리 아리영이 시할머니에게 친하게 지낼지 말지를 여쭤본 뒤, 시할머니가 그냥 혼자 내버려두라고 말하자



My EyEs
2003-12-30 19:54:23
842 번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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