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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 '우정파괴 게임'의 진수 '시타델(리뷰~)

 
“나는 내 삶과 삶에 대한 사랑을 걸고 맹세하노니, 난 결코 다른 사람을 위해 살거나 다른 사람더러 나를 위해 살아달라고 부탁하지 않겠다.” 미국의 소설가 에인랜드(1905~82)가 쓴 고전에서 주인공이 행한 연설의 마지막 대목이다. 이 대목에서 '합리적 개인주의'를 떠올린다면 당신은 거의 문학평론가 수준, 아군도 없는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오직 혼자 힘으로 모든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하는 보드게임 을 떠올린다면, 당신은 그야말로 대책 안서는(!) 보드게임 마니아라 할 만하다.

은 돈을 모아서 건물 8개를 먼저 지으면 승리하는 게임이다. 하지만 8개의 건물을 짓도록 순순히 놓아둘까? 물론 아니다. 여기에 이 게임만의 묘미가 있다. 건물을 올리면 이기되, 내 건물 올리는 데 신경쓰기보다는 남의 ‘공든 탑’ 무너뜨리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모르는 심술스럽기 짝이 없는 게임이 바로 이다.

남의 건물이 못올라가게끔 훼방을 놓는 도구는, 엉뚱하게도 ‘직업’이다. 직업은 총 8가지인데, 암살자, 도둑, 마법사, 왕, 성직자, 상인, 군인, 건축가이다. 매 턴마다 이 중 한 가지 직업을 비밀리에 택해서, 정해진 직업 순서대로 게임을 진행한다. 눈치챈 바와 같이 직업마다 독특한 능력이 있으며, 그 능력을 발휘해서 플레이어간에 건축공사 또는 건축자금 획득을 최대한 방해하는 것이다.

각자 하나씩의 직업을 순서대로 비밀리에 선택하여 정해진 순서대로 역할을 한번씩 수행하고 나면, 새로운 턴이 되어 직업을 다시 선택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턴을 진행하면서 건물을 8개 먼저 지으면 승리한다. 누가 어떤 직업을 선택했으며 누굴 상대로 능력을 발휘할지 예측하여, 자신의 직업도 선택하고, 방어도 해야 하며, 돈도 모아야 하고, 건축도 해야 하는 복잡한 게임이다.

직업별로 암살자는 하나의 직업을 가진 플레이어를 한 턴 건너뛰게 만들고, 도둑은 특정한 플레이어의 금화를 몽땅 가져올 수 있다. 마법사는 카드를 바꿀 수 있고, 왕은 다음 턴에서 직업을 고르는 데 우선권을 가질 수 있다. 성직자는 군인의 공격에 건물이 파괴되지 않고, 상인은 건물 건축 시 금화를 추가로 얻을 수 있으며, 건축가는 카드 2장을 그냥 얻을 수 있고, 군인은 특정 플레이어의 건물을 파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건물 6개를 지은 상태에서 1등을 달리고 있다면, 고민이 생길 것이다. 이번 턴에 누군가 군인을 선택해서 내 건물을 부수려 할텐데, 누가 군인을 선택할 것인가? 내 건물이 폭삭하는 것을 막기 위해 내가 먼저 군인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도둑을 선택하여 군인의 돈을 빼앗아 올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암살자를 선택하여 아예 군인을 죽여버릴 것인가 등등 많은 고민에 휩싸일 것이다.

직업선택 순서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자신이 택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직업의 능력발휘도 정해진 순서가 있으므로, 여러가지 방법으로 견제와 ‘딴지걸기’가 가능해진다. 그만큼 고려해야 할 요소도 엄청나게 많아지므로 결국 게임은 심리전 양상이 된다.

“앞서지도 말고 뒤처지지도 말고 딱 중간만 하여라!” 플레이어들의 금과옥조다. 뒤처져선 곤란하고 앞서다간 모든 사람의 견제를 한꺼번에 받는다. 음모와 지략이 살아 숨쉬고, 그래서 냉정하게 우정과 의리를 배제하고 홀로 플레이해야 하는 ... 아군은 없다. 믿을 사람도 없다. 세상엔 나 혼자 뿐! 매턴마다 플레이어들의 심리를 냉철하게 파악하고, 정세를 정확하게 읽어내야만 승리할 수 있다. 친구와의 우정 따위(?)보다는 승부욕이 앞선다고 자부한다면, 반드시 을 플레이해볼 것!


My EyEs
2003-12-18 17:44:32
663 번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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