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 후 프로젝트가 끝나면 정보기술(IT) 업체들에서 스카 웃 제의가 물밀듯이 닥치겠지? 아마 전국에서 강연요청도 쇄도할 거야. CF요청이 들어올 지도 몰라.' 2000년 5월 1일 당시 가상공간 체험프로젝트 도전자 김태호 씨(32)는 약 간 상기된 표정이었다.
무려 2400 대 1의 경쟁을 뚫고 '파이오니어'(도 전자)로 뽑힌 데다 국내외 언론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니 이 같은 상상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무려 18개월동안 인터넷에 의존해 생활하는 체험프로젝트의 도전자 김태 호 씨는 입가에 회심의 미소를 띠며 경기도 남양주군 수동면에 있는 가 상캠프에 입주했다.
앞으로의 생활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감으로 약간 상기된 표정이었지만 자신감에 찬 모습이었다.
'인터넷이 세상을 바꾼다'는 확신으로 닷컴 열 풍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인터넷 속으로 뛰어든 김씨에 거는 기대는 사 뭇 대단했다.
앞으로 인터넷으로만 모든 생활을 해 나간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난 2001년 10월 31일, 프로젝트 마지막 날. 도전자 김씨는 아내 송선경씨(27), 그리고 5개월된 딸 유리와 함께 조금 은 쓸쓸한 모습으로 짐을 꾸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혼자 도전했지만 결 혼을 하면서 도전자가 2명으로 늘었고, 아이가 태어나면서 다시 3명으로 늘었다.
반면 국내외 언론, 방송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던 입주식과는 달리 퇴 소식은 조용했다.
닷컴 열풍이 사그러들 때 순식간에 관심 밖으로 잊혀 졌듯이 한 때 유행처럼 번졌던 '인터넷 생존게임'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드물었다.
도전자 김태호씨를 찾아가는 길은 불과 18개월 사이에 많이 변해있었다.
'두루넷 개통, 가입비 무료','데이콤 보라홈넷 개통'... 초고속인터넷망 서비스업체의 고객유치를 위한 광고물이 읍.면까지 파고 들었다.
18개월 전만 해도 가상캠프에 초고속인터넷 전용선을 끌어들이 기 위해 고가의 장비를 별도로 설치해야 했지만 이젠 전화 한 통이면 해 결된다.
가상캠프에서 짐을 정리하던 도전자 김태호 씨는 기분이 어떻냐는 질문 에 "시원섭섭하다"며 감회에 젖었다.
김태호 씨와 아내 송선경 씨는 지난 18개월동안 소비자 입장에서 인터넷 을 사용해 왔다.
누구나 겪었음직한 얘기지만 대안이 없이 인터넷에만 의존했으니 그 만큼 절박했고, 때문에 깊이 빠져들었다.
아무 것도 없이 텅빈 전원주택 입주 첫 날 김씨는 쌀, 김치 등 당장 먹 을 것과 이불 등을 구입하기 위해 쇼핑몰을 뒤지느라 애를 먹었지만 이 젠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김 씨는 "거의 대부분의 닷컴이 오프라인 택배회사와 잘 연결돼 이쪽 지 리에 환하고, 음식이든 장난감이든 바로 배달해 주고, 확인전화까지 하 는 등 서비스가 괜찮아졌다"고 말했다.
인터넷 기술의 발전도 실감한다.
김 씨는 "메신저에 거의 모든 기능이 통합돼 있어 하나만 사용하면 불편함이 없다"며 ""워낙 도구가 발달해 웬만하면 재택근무가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음성인식 등의 기술이 발달해 신체에 장애가 있는 분들도 현재 나와있는 툴을 이용해 큰 불편없이 일할 수 있을 것"고 말했다.
김태호 씨와 아내 송선경 씨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인터넷 경험을 보고서로 작성해 홈페이지에 올렸다 하지만 닷컴에 대한 세간의 기대가 깨지면서, 또 인터넷 거품이 제거되 면서 가상공간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이 점점 시들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갈등을 많이 했다고 한다.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이죠? 김태호 씨에게 물었다.
"글쎄요, 지금 이곳 저곳에 직장을 알아보고 있는데 워낙 경기가 침체돼 서 쉽지 않아요. 상금 1000만원과 남은 생활비 등을 합쳐 유학을 갈까 하는 생각도 있어요." 처음 기대와는 달리 경쟁력있는 닷컴은 찾기 힘들고, 경기침체의 폭풍 속에 취업의 문은 바늘 구멍처럼 작기만 하다.
김태호 씨는 "일단 그동안 준비했던 IT자격증 시험을 볼 계획"이라고 밝 혔다.
처음 기대와는 상당히 다른 쪽으로 흘러간 지난 시간이 아깝지 않 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낙천적인 성격의 김씨는 "도전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그동안 많은 경험 을 쌓았고,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