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김군수 등 부안핵폐기장 사전교감
김종규 부안군수의 기습적인 유치신청 선언 직후 격려 전화를 한 노대통령은 최근 들어 부안
문제가 크게 떠오르자 몇 차례 이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말하였다. 얼핏 보기에 맞는 말 같지
만 부안 문제의 전후 사정을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다.오히려
복장이 터질 일이다.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통해 그가 부안 핵폐기장 문제를 어떻게 파악하
고 있는지 알아본다.
■ 대통령 말씀으로 푸는 ‘부안 미스테리’
***신청이전 절차무시 이후 합법성만 내세워
노무현 대통령은 11월 25일 부안사태와 관련, "이 문제는 국정운영의 원칙에 관한 문제이며 결
과 여하를 떠나 민주적이며 합법적인 의사결정의 과정과 절차가 가장 중요하다"는 뜻의 발언
을 하였다. 전후 맥락을 모르고 이 말만 옮겨 들은 이는 “아! 드디어 대통령이 부안 사태의 원
인을 간파하고 잘못을 시정하려하는구나” 하고 반색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이 말은, 지금 상황에서 핵폐기장 유치 건을 지금 백지화하는 것이 민주
적이며 합법적인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는 것이므로 있을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대
통령은 부안 군수가 핵폐기장 유치 신청을 한 일련의 절차에 조금도 잘못된 점이 없다고 믿는
것일까?
그것은 아닌 것 같다. 대통령이 지난 주 국회 산자위 의원들을 만나 “처음에 부안 군수 말을
너무 믿었다”고 하고, 25일에도 “정부가 시작할 때 오판했던 것 같다. 서둘렀다. 사태를 좀 안
이하게 보았다”등의 언급을 하였기 때문이다. 부안 주민들은 ‘선정절차의 비민주성’을 지적하
고 백지화를 요구해 온 것이며 원인이 먼저 있고 결과가 있듯이 대통령이 절차의 합법성을 얘
기하려면 유치신청 과정부터 살펴보는 것이 마땅하지 유치를 전제로 그 후의 절차만 따져서
는 해결될 일이 아님은 너무도 자명하다. 그런데 대통령은 ‘신청 이후의 절차의 합법성’만을
내세우니 부안 주민들의 복장이 터지는 것이다.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가 신문에 광고를 내서 공모했지만, 지자체에서 응모할
때까지 무슨 절차를 거치느냐 하는 것은 그 지자체의 판단이고 선택이다. 그것을 정부에서 무
슨 무슨 결의를 받아와라 꼭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것이 필요하
다는 생각을 우리는 미처 깊이 하지 않았던 것이 지금 생각해 보면 좀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부안에서) 지방의회의 통과도 무난하다고 들었다. 결정하고 사
후 승인을 받겠다는 의견이었다. 사전승인 후에 신청하라 이렇게 했더라면 좀 나았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신청하고 사후 승인받겠다는 그것은 군수의 여러 가지 판단 아니겠는가. 그것을
놓고 정부가 절차를 위반한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 정부가 좀더 거기까지 고려했더
라면 하는 아쉬움이 지금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불법절차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
이다."
즉, 정부에서는 유치 신청이 접수된 이후에 그 선정 절차를 제대로 밟을 책임이 있는 것이지
신청 과정까지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은 해당 지자체의 책임이라는 뜻이다. 딴은 틀
리지 않은 말씀이다. 그러나 기억을 되살려 유치 신청 당시의 정황을 상기해보면 대통령의 말
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산자부는 공모 규정을 통하여 응모 지자체의 의결
을 거치지 않고도 응모할 수 있게 의도적으로 길을 열어 주었었다. 즉 아쉽게도 거기까지 고려
를 못한 것이 아니라 사전에 상황을 예측하여 자치단체장의 독단적 신청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었다.
그래서 당시 주민대표들은 이 조항이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현저하게 저해할 소지가 있어 위헌
이다 하여 헌법소원을 검토했던 것이며 인권위원회에 제소하려 하였던 것이다.(당시 인권위
는 이 건이 국책사업에 관련된 사안인지라 심의할 수 없다고 하였다.)
“(군수가) 사후 승인을 받는다고 했고 승인에 문제가 없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다”는 대통령
의 말씀도 어불성설이다. 당시 이 건이 의회에 부의되지 않았다면 그럴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
겠다. 그러나 유치신청 당일 의회가 소집되어 이 건을 심의하였고 마침내 부결시켰다. 만일 대
통령의 말이 진정이라면 그때 즉시 군수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이 사후 승인을 받을 수 있다
고 하지 않았느냐? 이제 사후 승인은커녕 신청 전에 의회에서 부결되었으니 이 건을 더 이상
진행시켜서는 안된다”라고 말하였어야 옳았다. 그런데 대통령은 신청 직후 군수에게 전화를
걸어 오히려 격려의 말씀을 하였다. 정황으로 보아 당시 대통령이 의회의 부결사실을 몰랐을
리 없고 나중에 알았더라도 그런 생각이었다면 얼마든지 제동을 걸 수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했는가?
의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도 신청이 가능하게 만들었고, 군수는 바로 며칠 전까지 절대 유치
신청을 하지 않겠다고 연막을 피워 사람들을 안심시키다가 전격적으로 신청을 하였고, 아무
리 단독 신청이었다고 하더라도 선정위원회가 소집조차 되지 않았는데 (단독 신청이라도 위
원회에서 심의하여 요건 미달로 탈락시킬 수도 있는 법이다.) 대통령이 일개 군수에게 직접
전화를 하여 ‘결행’에 대한 치하와 격려를 했던 것이다. 당시 이 일은 참으로 미스테리였다. 전
화를 건 그 시점은 위원들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선정위원회가 소집조차 되지
않았던 때였다. 그런데 대통령이 의회의 부결에도 불구하고 신청서류를 접수시킨 군수에게 성
급하게도 전화를 하여 우리의 성공을 자축하듯 격려의 말씀을 하였던 것이다.
이로써 대통령은 선정위원회가 사전에 짜여진 시나리오대로 결정을 내리는 허수아비 거수기
집단임을 만천하에 공개한 셈이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오늘날까지 설마설마 했었는데 25일자
다음과 같은 대통령의 발언으로 이 미스테리가 어느 정도 풀리게 되었다.
***대통령 스스로 부안핵폐기장 '탈법' 시인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정부가 시작할 때 조금 오판했던 것 같다. (원전 수거물센
터 유치에) 군산이 적극적이었고, 영광도 상당히 망설이고 있었고, 강원도의 지역도 신청하려
고 하고 그런 상태였는데 정부가 오히려 부안이 참 좋겠고 또 '선물'이 많이 붙어있으니까 이
것은 좀 전라북도로 가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라는 판단도 좀 있고 해서 서둘러서 규정을 고쳐
서 절차를 단축했다. 그렇게 사태를 좀 안이하게 본 것이다.” 요약하면 "전북을 위해서 무리
를 좀 했습니다. (그러니 전북은 나의 이런 충정을 알아 주고 밀어 주세요.)" 이런 취지였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규정에 의해 신청을 받고, 엄선된 선정위원들에 의해 선정이 이루어
져야 할 사안에 웬 사전 의도와 배려와 배경이 이리도 많았다는 것인가? 선정 과정에 중앙정
부의 사전 의도가 있었고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은 명백하게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한 것이 아
닌가? 정말 놀라운 사실은 현안에 관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는 이 시점에 대통령 스
스로 정부가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하고 탈법을 하였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
이 탈법이란 말인가? 중요한 국책사업과 관련하여 지역을 선정함에 있어 공정성과 타당성을
최대한 담보하기 위하여 합리적 절차를 마련해 놓고 그 절차와 순서를 엄정하게 밟아 일을 진
행시켜 그 결과를 도출하는 민주주의적 의사진행과정을 따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런
데 우리는 선정 지역관련 사전에 어떤 결정을 하거나 답을 내 놓고 그 결과가 도출될 수 있는
제반 여건을 역으로 만들고 최소한의 요식을 갖추어 합법성을 가장하는 비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대통령 스스로가 주도하였거나 적어도 인지하였다는 엄청난 진술에 접하게 된 것이
다.
사실 오늘날 관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공모 선정이 이런 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현실이 아무리 그렇다고 하여도 원칙과 합리를 금과옥조로 여기리라 믿었던
율사 출신의 대통령이 스스로 이런 사실을 자인하는 발언까지를 하였다는 것이 놀라운 것이
다. 당시 대통령이 군수에게 전화한 이래 계속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던 미스테리의 진실
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아마도 지역의 기득권세력의 대변자인 지역 언론 앞에서
내가 이만큼 전북을 생각했다는 뜻에서 “부안이 당초 판단과 구상 속에 들어있었다”는 발언
을 한 것 같은데, 대다수 건설회사 운영자에 의해서 부업으로 운영되는 지역언론의 간부에게
는 감읍할 만한 말씀이었고 그들에 의해서 주도되는 듯 보이는 지역 여론 형성에 유리한 영향
을 미칠 말씀인지는 몰라도, 핵폐기장 유치를 적극 반대하는 부안 사람들과 진보와 개혁을 바
라는 전국의 유권자들을 참으로 망연자실하게 하는 말씀이었던 것이다.
**부안출신 강금원 김두관 강현욱 김군수 등과 사전교감
그러고 보니 이제쯤 슬슬 미스테리의 실마리가 풀려간다. 그 동키호테식 언행으로 인구에 회
자되고 있는 부안출신의 강금원이라는 이와, 당시 김두관 장관, 강도지사, 김군수 등이 사전
교감이 있었고 대통령도 부안에 한 건 해주는 차원에서 사전에 이 결과가 나오도록 유도했다
는 사실이 유추되는 것이다. 결국 선정위원회가 열리기도 전, 아무 결정도 나지 않아 대통령
은 정식 보고도 받기 전이었을 그때 대통령은 일개 군수에게 친히 전화를 하여 격려를 했던 것
이다.
게다가 전북대 김종일 교수는 일찌기 일간지 기고문에서 자신의 팀이 유치 신청 보름 전부터
부안 유치 신청 준비작업을 수행했다는 사실을 밝혀, 군산이나 영광에서 유치의사를 철회했
기 때문에 당초에는 반대하다가 막판에 유치 쪽으로 선회한 것이 아니라, 사전에 타 지역에게
는 그저 동원되어 연막을 치는 역할, 마라톤의 페이스메이커 같은 역할을 맡기는 등 부안 방폐
장 유치신청이 사전에 치밀하게 기획된 것이었음이 드러났는데, 이제 그 배후에 대통령의 ‘전
북과 부안 발전을 위한’ 의지가 엄존했었다는 사실이 대통령의 말씀을 통해 확인된 것이다. 대
규모 토목 건설 사업의 직접 수혜자인 업자와 관료들로서는 감읍할 사실인지는 모르나 양식있
는 전북인과 고향땅을 지키려는 부안 사람, 그리고 전국의 뜻 있는 국민들에게는 참으로 놀라
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의 의지가 작용했다는 그 사실보다 그 사실을 생색내듯이 공
개 발설하는 대통령의 그 모습이 놀라운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 갈 것이 있다. 사실 산자부의 규정에 지자체 의회의 승인을
득하고 응모하라는 조항을 넣을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말이다. 이러한 사안을 어느 지자체에
서 의회의 승인 없이 군수단독으로 합법적으로 처결할 수 있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고 즉시
제도적으로 고쳐져야 한다. 미처 고쳐지지 못하여 진행된 사안은 백지화하여야 할 것이며 일
천하고 여건이 미흡한 지방자치제도를 이같이 민주적이고 합리적으로 보완해 나가는 과정은
행자부나 대통령의 포괄적인 책임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나라 대통령이 경제적인 이유든 정치적인 이유든 어떤 이유로 하여 일본
의 핵폐기물 처분장을 우리나라에 짓기로 협약을 맺었다고 하자. 이러한 사안을 국회의 승인
없이 처결할 수 있다고 어느 대한민국 국민이 인정을 해주겠는가? 만일 명문화된 조항이 없
어 국회의 승인이 없이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수임 받은 대통령이 이른바 ‘구국의 결단’을 내리
는 것이 문제되지 않는다고 강변한다면 극심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훤
하다. (우리의 실질적 영토가 아닌 북한 땅에 대만의 핵폐기물이 반입될 계획에 대해 우리 정
부와 언론과 학계와 온 국민들이 보였던 반응을 상기해 보면 된다.) 이 경우와 부안에서의 경
우가 무엇이 다른가? 그런데 이른바 국책사업이 발목잡힌다는 이유로 “절차상 문제가 없었던
사안에 대해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음이 확인되었지만) 부당하고 과도하게 반발하는 것은 절
차적 정당성이 결여되었고 여기에 굴복하여 나쁜 선례를 만들면 안 된다”라고 강변하는 것이
다. 여기에는 지자체의 자율성을 존중해주는 듯하면서 실은 지자체의 자결권을 철저히 무시하
는, “인구 수만에 불과한 시골 군이여 대의 앞에 희생되어라”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이
다.
***김군수도 절차 잘못 시인 원인무효시켜야 마땅
김군수조차도 민의수렴 절차에 잘못이 있었다는 점을 후에 시인하였는데 이렇듯 일련의 과정
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심각하게 결여되었다는 점이 사후에 인정되었을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하
는가? 그 경우 현대의 민주정치체제 하에서 해당 건을 원인무효시키는 것이 상식일 터이다.
예컨대 재판정에 기소된 피의자가 유죄임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제출되었어도 그 증거 수
집과정이 불법이었다면, 뻔한 범인을 무죄 방면하는 한이 있어도 이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는
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절차적 정당성의 이슈인 것이다. 이것을 모를
리 없는 분들이 그렇게 계속 무리수를 두는 저변에는, 지방 군 의회 정도는 무슨 학급 어린이
회 정도로 취급하는 중앙 정부의 오만과 편견이 깔려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일개 면에서 면의 역사와 지리 자연 인문의 정보를 망라한 500쪽이 넘
는 면지(面誌)를 발간하는 세상이다. 관리들이 지도를 펼처 놓고 빨간 줄을 죽죽 그어 이런
면 하나 쯤은 물속으로 수장시키겠다거나, 도로로 허리를 끊어 놓겠다거나, 수천 수만년 위험
이 지속되는 핵쓰레기장 같은 것을 들여 놓겠다는 결정을 쉽게 한다면 이제 그 누가 승복하겠
는가 말이다. 앞으로도 이런 문제들은 속출할 것이다. 이른바 그 ‘선례’를 만들지 않으려 정부
는 필사적이지만 이제는 근본적인 발상을 바꾸어야 할 것임을 왜 모르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어떤 웹진의 논객은 다음과 같은 요지의 글을 올렸다.
***정부, 이제는 근본적인 발상을 바꾸어야
“1913년 포드 자동차에서 처음 시작된 이래, ‘컨베이어 벨트’는 대량생산, 생산력, 산업사회 등
을 규정짓는 하나의 아이콘이 되었다. 너도나도 컨베이어 벨트를 도입했고 생산량을 늘고 비
용은 절감되고... 컨베이어 벨트는 혁명아였다. 그러나 반면 컨베이어 벨트는 8시간동안 똑같
은 장소에 똑같은 부품을 하루에 약 5000회에 걸쳐놓는 작업만을 하는 노동자들에게는 ‘좌절’
그 자체였다. 작업의 창의력, 노동의 의미 등이 완벽하게 사라진 현실에 대한 좌절이었다. 그
런데 이 현대자본주의 사회의 증표로 여겨졌던 컨베이어 벨트가 일본의 캐논 복사기 공장에
서 사라지고 있다. 캐논은 컨베이어 방식을 철폐하는 대신 ‘셀(Cell)’ 방식을 도입한다고 2001
년도에 밝혔다. 셀 방식은 한마디로 협업 시스템이다. 5-6명으로 구성된 팀원들이 이틀에 복
사기를 한대씩 만드는 구조인데 그 복사기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서로서로 의논하고 협의하
면서 조립을 하는 것이다. 자기네 팀이 다 끝나면 다른 팀도 도와준다. 매일 토너 입구 부품만
늘어놓던 사람도 이제는 240개 부품을 전부 조립할 수 있는 마스터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2003년 말 현재 총 2만 207미터의 컨베이어가 사라졌고 사측은 2007년까지 이를 전부 없애겠
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런데 놀러운 것은 이 ‘셀’이라는 협업시스템이 생산효율 측면에서 기존
의 컨베이어 벨트 방식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는 사실이다. 아무도 믿지 않았
지만 그것은 캐논의 45개에 이르는 기계재고 창고가 사라진 것이 증명하고 있다. 이 사례를 보
면서 사람들의 선입견들에 대한 고착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에 대해 느꼈다. ”컨베이어 벨트
가 생산력 향상을 위해선 가장 효율적이다“라는 선입견은 틀린 것인데도 말이다. 같은 것 말
이다. 부안 문제도 이런 맥락이 아닌가 한다. 많은 이들이 정부가 무조건 물러서면 정부의 권
위가 추락되기 때문에 안된다, 이번에 물러서면 대한민국 어디에 핵폐기장을 세울 수 없다 하
는 선입견에 물들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한번 물러서고, 진지하게 민주적으로 공청회하고 토론회 하면 지금 같은 상황보다 훨
씬 좋아질 수도 있을지 모른다.” 글은 이렇게 끝난다. ”노무현 대통령, 한번 도전해 보세요. 캐
논의 사례를 염두에 두고 말이죠. 이럴 때 ‘승부사적 기질’이 나와야 되는 거 아닐까요?“
진보적인 정치인, 지식인, 행동가들이 포진한 집권층에서 이와 같은 발상 전환의 필요성을 모
르는 것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 알면서도 받아 들이지 않거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라고 믿
고 싶다. 앞서 인용된 캐논의 사례는, 우리나라의 관료사회에서는 지금대로라면 천년이 되어
도 결코 일어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왜냐하면 컨베이어 벨트 납품 설치업자의 영향력과 그들
과의 유착을 그 누구도 깰 수 없고 깨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철벽 구도를
바꾸는 ‘기적’을 우리는 새 지도자에게 기대했던 것이다.
황대권은 이렇게 말하였다. “근대문명의 이기를 도시에 집중시켜 놓고 거기에서 나오는 쓰레
기를 시골사람에게 안기는 파렴치한 행위를 합리화해 줄 논리는 어디에도 없다. 정부는 지난
날의 도시중심 발전정책을 반성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도농 균형발전 계획을 수립하여 내놓
아야 한다. 이제지역의 중요성을 인구밀도나 경제생산의 총량으로 평가하던 시대는 지났다.
그 발전계획이라는 것도 이제는 환경파괴와 빈부격차를 심화시킬 뿐인 선진국 따라잡기식을
지양하고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 발전계획 가
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 안에서 자원과 에너지가 순환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모든 자원과
에너지를 중앙에서 공급하려는 것은 통치하기에는 편리할지 모르겠으나 자원 낭비와 환경 파
괴, 그리고 골치 아픈 님비현상을 막을 도리가 없다.”
이제 지역의 에너지는 지역에서 자급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지난한 여정의 첫걸음을 내디
뎌야 한다. 대도시는 자신들의 먹고 쓰고 하는 단맛에만 취해 있을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른 배
설과 배출의 양태와 규모를 심각하게 고민하여야 한다. 결국 대도시는 그 존립 양태를 어쩔
수 없이 바꿀 수밖에 없고 핵에너지 중심 정책도 변화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전북정치권, 언론, 학계는 배알도 없는가
대통령은 또 광주를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로 선정하고 2조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광주 전남
이, 신행정수도에서 가까워 발전 가능성이 더 높은 전북지역에 비해 불리하기 때문에 보완적
으로 주는 혜택인 듯이 말했다. 정말 이런 말을 듣고 논평없이 그대로 보도하는 전북의 언론인
들은 배알도 없는가 보다. 대통령이 ‘제2의 고향’이라는 광주 전남에는 21세기 최고의 산업 연
기없고 공해없는 문화산업을 대규모로 육성지원해 주는 한편, 전북은 20세기 최악의 사양산업
이자 기피산업인 방사능/핵산업의 단지로 만들겠다는데 불평은 한마디도 없고 그저 감읍해
하고 그러한 엄청난 움직임에 오히려 앞장서는 현실은 도대체 무엇인가? 이러한 움직임을 이
끌고 있는
전북의 행정가, 정치가, 학자들은 아마도 이들은 대부분 수도권에 부동산 등 재산이 있고 자녀
들도 수도권이나 외국에서 교육을 받고 있을 것이다. 전북의 땅덩이는 자신들의 연고를 십분
이용하여 기득권을 보지하고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한 수단에 불과할 것이다. 그
네들에게 있어 전북과 부안의 땅덩이는 우리 부안의 민초들에게처럼 목숨을 걸고 그 아름다움
과 안전함을 지키내야 하는 ‘어머니 대지’가 결코 아닐 것이다.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강금원씨가 "내가 부안에 가봤더니 주민들이 핵 폐기물 처리 시설 유
치에 거의 다 찬성하는데도 공포 분위기 때문에 말을 못하고 있다"라고 주장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의 보고를 받았음인지 대통령은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는 주민투표를 할 수 없
다고 하였다. 우리나라가 무슨 공개투표를 하는 나라인가? 기표소 옆에서 감시원들이 투표자
를 위협하며 투표용지를 일일이 펴보이게라도 한다는 말인가? 이 말이 진정이라면 참으로 위
험스런 왜곡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공포분위기 때문에 찬성 주민이 공개석상에서 말을 못한
다고 치자. 장막이 처진 투표소 안에 기표하여 꽁꽁 접어 함에 넣는 비밀투표가 보장되는 우리
나라에서 찬성으로 투표하는데 아무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므로 강씨 말대로라면
당장 투표를 한다해도 찬성 쪽으로 압승이 될 것이고 그러면 상황이 종료될 것이므로 찬성 주
민이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투표를 한다면 이것은
물러 설 명분을 만들어 주는 것에 불과하다”라고 단언하며 연내 투표 불가 방침을 천명하는
것을 보면 아마도 강씨가 “부안주민 대다수가 유치에 찬성하고 있다”라고 공언은 하면서도 대
통령에게는 “지금 투표하면 필패”라는 직보를 한 것이 틀림없는 듯하다.
중앙일간지 ㅈ일보의 컬럼에 이런 글이 실렸다.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시절 골프를 치는
데 일년만에 핸디를 20이상이나 줄여 주위사람들이 놀라했더니 대통령은 “일년동안 거울을
보며 공(空)스윙(골프채 없이 하는 동작 연습)을 했다”라고 고백하였다 한다. 또 골프에 필요
한 근육 단련에 좋다하여 공중탕에서 누워서 하는 팔굽혀펴기를 꾸준히 하였다고 한다. 과연
큰 인물다운 집념이고 놀라운 승부욕이고 그것이 승부사적 기질을 뒷받침하고 있구나 감탄
을 하였다. 나날이 보여주는 고도의 수(手)싸움과 수사는 정치계에서 새로운 고단자의 탄생
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할 정도로 현란하다. 문제는 거기에서 발생한다. 우리는 권력의 권력다
운 행사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에 모든 것을 거는 마키아벨리적인 그런 정치인을
원하지 않았다. 수(手)는 딸려도 민중의 힘을 업고 우직하게 초지를 지켜 개혁을 이뤄낼 수 있
는 정치인, 권력은 수단일 뿐임을 믿고, 진실과 정의를 위해서 때로는 권력의 행사를 자제할
수 있는 정치인, 그것이 자신의 능력에 의해 획득된 것이 아니라 민(民)에 의해 일시적으로 위
임된 것임을 늘 자각하는 진정한 머슴을 원했다.
우리는 여기서 간디를 생각한다. 나는 그가 영국인과 협상하기 위해 폴로 게임을 열심히 연습
하였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강한 승부욕으로 폴로 스틱을 들고 공(空)스윙을 연습하는 대신,
자신을 전부 버리고 거의 벌거벗은 몸으로 물레를 돌리며 주권의 회복에 힘쓰다 목숨마저 바
쳤다. 이 혼돈의 시대,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지도자가 간디보다 덜 헌신적이고 덜 진보적
이어도 족할까? 아니다. 새로운 패러다임 대두의 필요가 절실하고, 벨트 시스템 업자들의 치
밀하고 격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기존 컨베이어 벨트를 몽땅 뜯어내는 발상의 전환과 처절
한 결단이 필요한 것이며, 그를 위하여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보다 더 개혁적이고 더 헌신적
인 지도자, 진정한 머슴의 출현을 우리는 갈망한다. 필요로 한다. 우리는 맹독성 농약의 과다
살포로 지역 생태에 막대한 해를 끼치는 골프장 건설로 국토를 좀먹는 골프를 치지 않고도 정
치를 잘해낼 수 있는 용기있는 정치인을 원한다. 우리는 과거 민주적 권력의 힘이 제대로 미치
지 않았던 성역인 정치인, 기업인, 관료, 지식인, 투기꾼, 상습탈세자들을 대상으로 과거에 불
가능하다고 믿었던 개혁적 정책을 구현할 새로운 지도자와 정치세력의 출현을 갈망한다.
그런데 적어도 대한민국 전북에서는, 토건국가적 이념의 핵심 수혜자로서 끊임없이 대 공사
를 만들어 자원과 혈세를 낭비하고 환경과 지역사회를 파괴하기에 앞장 서온 관료와 정치인,
지역 토호, 그들의 대변수단 지역 언론, 그리고 관변 학자들의 입지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오늘날 그들은 개혁의 전도사 새로운 지도자에 의해 오히려 지원을 받고 있다. 불행하게도 대
통령과, 개혁을 표방하고 대통령 주변에 결집한 신흥정치세력들이 이러한 측면에 관한 문제의
식이 없거나 여력이 없어 당장 눈앞에 닥친 총선을 의식해서인가 교언영색으로 현상 무마하기
를 서슴치 않는다. 아마도 그들은 민중의 힘과 급변하는 민중 의식을 과소평가 하는 것 같다.
개혁의 대상 세력들과 야합해서라도 그들이 운영하는 언론을 통하여 여론을 호의적으로 조성
하면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대통령은 부안사태와 관련 “시민단체의 힘을 과소평가하였다”고 하였다. (이 말은 강도지사
나 김군수의 외부세력 개입론과 맥이 통하는 말로서 지역민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불편하게 들
리는 말이다.) 아뭏든 내년 총선 후에, “민초들의 힘을 과소평가하였다”는 후회 섞인 말이 나
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현실은 어떠한가? 그이들에 대하여 실망하고 결국 기대와 희망을
접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어가고 있는 현실을 언제까지 간과하고 있을 것인가? 어느 웹진에
오른 글은 이렇게 끝맺는다. “그런데 재신임 투표는 언제 하는 거지? 우리 부부는 그날만을 손
꼽아 기다린다.”
( 글/buan21@buan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