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과 연예인의 염문설은 더 이상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1970년 우리나라 경제가 고속성장하는 와중에 수많은 기업이 탄생하면서 염문설이 꼬리를 물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1970년대 재계에 각종 염문설을 뿌렸던 '7공자' 이야기다.당시 연예기자로 활약한 한 인사는 "권력가와 재력가의 2세인 7공자는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며 재력을 바탕으로 많은 여자 연예인과 사귀었고, 심지어 그들 중에는 전문적으로 연예인을 연결해주는 '마담뚜'를 둔 사람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70년대 7공자 연예인과 그룹섹스 소문연예계에 정통한 또다른 인사는 "지금 스와핑 어쩌구 하지만 당시 7공자들도 여자 연예인과 그룹섹스를 즐겼다거나 대마초-히로뽕을 했다는 소문이 연예계에 파다했다"며 "그들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력을 바탕으로 특이한 쾌락을 좇았다"고 귀띔했다. 배인순씨가 이번에 낸 책 [30년 만에 부르는 커피 한 잔]에도 최원석 전 회장과 J-K-E-L 등 이니셜로 표기된 10여 명의 여자 연예인의 부적절한 관계, 심지어 가수 K씨와 최 전 회장, 배인순씨 세 사람의 동시 정사를 암시하는 내용이 폭로돼 있다.
그 시절 마담뚜로 유명한 인물 중 하나는 장충동에 위치한 모 비밀요정의 김마담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궁정동 연회에 참석할 여인을 공급하는 중간책으로도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스타를 꿈꾸는 20대 초반의 신참에게 긴밀한 제의를 했고, 대다수 연예인은 그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고 한다. 그 자리에 참석했다는 것 자체가 당시 연예인에게는 스타의 길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권력자 및 재벌 2~3세 그룹의 연예인과의 추문은 1990년대 '신7공자'로 이어진다.
재벌과 연예인 간의 염문이 봇물을 이룬 것은 1980년대부터이다. 국내에 컬러TV가 처음 보급된 것이 1980년 12월이기 때문이다. 그 전만 해도 대중문화의 두 줄기는 가요와 영화였다. 컬러TV가 공급되기 전 일부 여자 연예인은 정치 권력가의 정욕의 대상이 되어 그들의 도움으로 안정적 생활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컬러TV가 보급되면서 연예인에게 TV라는 새로운 활동영역이 생겼고, 연예인의 주수입원도 CF 출연료가 되었다.
이때 재벌들이 CF 출연료로 연예인에게 거액을 지불하면서 크고 작은 소문이 불거져나왔다. 일부 재벌은 CF 섭외 관계로 만나자고 해놓고, 마담뚜를 시켜 해당 연예인의 가방에 현찰을 집어넣어주는 일도 있었다. 이때 여자 연예인이 그것을 받으면 어김없이 마담뚜로부터 전화가 걸려왔고, 재벌과 연예인의 '연애'가 시작됐다. 그들 중에는 재벌과의 관계로 온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효녀(?)도 적지 않았다.
백지수표라는 말도 그때 나왔다. 연예계에 정통한 한 인사는 "백지 수표를 처음 사용한 이는 국내 굴지의 기업인 ㅎ그룹 회장으로 당시 탤런트 ㄱ씨에게 백지수표를 주었다는 얘기가 있다"며 "ㅎ그룹 회장은 자신을 거친 여성에게는 꼭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주었다"고 말했다.
1970년대 중반부터 80년대까지 최고 스타로 손꼽혔던 여배우 ㅈ씨의 스캔들도 유명하다. 1980년대 중반 국내 굴지의 기업이었던 ㄱ기업 ㅅ회장과 프랑스로 도피까지 하며 밀월을 즐겼으나 3개월 동거하다가 소문이 나자 ㅅ회장은 슬쩍 국내에 입국했고, 여배우는 미국에서 6개월간 체류하다가 귀국했다는 것이다. 1980년대 한 영화에 출연한 배우 ㅇ씨는 영화 촬영차 배경이 된 기업을 방문했다가 그 기업 대표와 스캔들이 나기도 했다.
연예계 대모 ㄱ씨 권력층과 중간책 역할한 연예계 인사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대형 매니지먼트사가 스타들을 관리하면서 사정이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1960~90년대까지만 해도 연예인 중 상당수는 가난한 집안의 딸이었기 때문에 뒤를 봐줄 재력가나 거물 정치인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시만 해도 '딴따라'라며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천시하던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재벌과의 관계는 연예인에게 일종의 신분 상승 욕구를 해결해주는 창구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 와중에 중견 탤런트 ㄱ씨가 수십 년간 재벌과 연예인 또는 거물 정치인과 연예인의 중간책 역할을 많이 했다는 것도 유명해진 얘기다. ㄱ씨와 관련해 시중에 한동안 떠돌던 이야기 중 하나. 연예계 마담뚜이자 연예인 대모로 유명한 ㄱ씨는 한 펀드매니저의 도움으로 주식으로 돈을 벌자 그 펀드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벌게 해줬으니, ○○계좌에 1백만원을 넣고, ○○호텔 ○○호로 몇월며칠에 가보라"고 했다고 한다. 펀드매니저는 '돈을 벌게 해줬으면 내게 사례금을 주어야지 왜 오히려 돈을 넣으라는 것일까' 하며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약속한 날 호텔로 갔다. 그러자 그곳에는 청초한 이미지로 인기를 끌고 있는 탤런트 ㅁ씨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과거만큼은 아니어도 2000년대 들어와서도 '누가 누구에게 수백만원대 명품 옷을 선물했다'거나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했다' 등 재벌 3세와 여자 연예인의 염문설은 간간히 흘러나오고 있다. 또 현재 톱스타 자리에 있는 연예인 중에는 '거물 정치인 ㅂ씨가 뒤를 봐줬다' '모 신문사 사장과 내연관계여서 덕을 보았다'는 등의 소문을 꼬리표처럼 달고 있는 이도 있다. 심지어 톱탤런트 ㄱ씨는 모 기업 회장의 아이를 출산했다는 소문에 한동안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최근의 염문설은 과거 재벌과 연예인 간 관계와는 또다른 측면이 있다는 게 연예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 연예계 인사는 "1970~80년대만 해도 재벌과 연예인 간에도 서로 사랑해 관계를 가졌다는 등 순수성이 있었던 반면, 요즘엔 '한 번 관계를 맺는 데 주고받은 돈이 얼마'라는 단발적인 계산이 팽배해 있어 더 씁쓸하다"고 말했다.
2000년과 이듬해에는 톱스타 심은하씨와 방위사업체를 운영하는 사업가 ㅈ씨의 염문설에 이은 결혼설이 불거졌다. 그러나 결국 결혼은 불발로 끝났고, 심은하씨도 이 일을 계기로 연예계를 완전히 떠났다. 가장 최근의 스캔들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와 인기탤런트 ㅂ씨의 관계이다. 재용씨의 '1백억 괴자금' 보유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는 지난 11월 18일 재용씨의 괴자금으로 추정되는 수억원이 ㅂ씨와 그 가족 명의 계좌에 유입된 의혹이 있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재벌과 연예인 사이에 염문설이 자주 터지는 이유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한국 연예사를 꿰뚫고 있는 한 연예계 인사는 "대다수 연예인의 희망은 돈과 인기"라며 "연예인이 모두 그런 것은 결코 아니지만 1960~70년대는 연예인들이 몸으로 때워 생활비와 품위유지비를 감당했다면, 컬러TV가 등장한 80년대부터는 스폰서라는 이름으로 재벌이 주는 돈으로 화려한 생활을 유지한 연예인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