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군 재배치 문제가 예상과는 달리 빠르게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이 '한국민이 원한다면 주한미군을 뺄 수도 있다'고 하자 주식시장이 널뛰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자 반기문 외교 보좌관 등 정부 대표단이 급하게 미국 월가를 방문하여 한반도 사정을 설명, 고비를 넘긴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주한미군 감축 또는 또는 재배치는 한국민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진행될 것으로 확실시 된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25일 21세기의 새로운 전쟁개념과 전략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위해 전세계 미군의 전략적인 재배치가 불가피하다면서 동맹 우방들과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를 위한 본격적인 협의에 들어가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부시 대통령이 이날 전세계 미군 재배치 계획 초안을 토대로 의회 및 동맹 우방들과 본격적인 협의에 나서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앞으로 수개월내 최종안을 확정한 뒤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길 것으로 예상된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미국은 오늘부터 그 동안 구체화해 온 전세계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안을 의회를 포함하여 해외 동맹 우방들과 본격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만난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그동안 남북한이 군축을 하면 주한미군이 필요 없다는 주장을 직간접적으로 내비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자국에 위해가 직접적으로 가해지는 테러 문제가 아니라면 향후 발생하는 국제분쟁에 개입을 가급적 자제하는 이른바 '신고립주의'로 갈 것이다'고 주한미군 재배치 가능성의 배경을 설명했다.
부시 행정부는 지난 2001년 1월 출범후 전세계 주둔 미군 재편계획을 입안해 21세기 새로운 테러와 안보위협에 신속 기민하게 대처하기 위해 해외주둔 미군의 기동성과 첨단전투력을 강화하고 해외주둔 미군 병력 재배치 및 기지 통폐합 방안을 집중적으로 검토해왔다.
부시 대통령은 성명에서 '미국의 안보는 우리의 우방 동맹들을 포함해 세계 동반국가들과 긴밀히 연계돼 있다'며 '미국의 계획안은 기존의 동맹관계를 강화하고 우리의 방위공약과 이행능력을 더 효율적으로 증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그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동맹 우방들의 전폭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이를 위해서 미국 의회를 비롯해 12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각료회의, 그리고 동맹 우방의 수도 등지에서 본격적인 협의를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부시 대통령은 이의 일환으로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나토 각료회의에 참석해 미국의 구체적인 입장을 제시하며 동시에 '미국 고위 대표단이 유럽, 아시아 동맹 우방들의 수도에서 협의를 시작하는데 이어 다른 관련 나라에서도 논의가 이어진다'고 말했다.
한편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이날 국방부 브리핑에서 주한미군 재배치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에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은 채 부시 대통령이 발표한 성명 내용대로만 이해해 달라면서 미국은 현재 동맹 우방들과 협의를 시작할 단계로 그 같은 협의를 마치는데는 수개월의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은 26일 이와 관련 이번 미국의 발표에 대해 미국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으로 부터 사전에 이야기를 들었음을 밝히면서 최근 범세계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검토(GPR)로 인해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가 새롭게 영향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스 안보보좌관은 전날 라종일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전화를 걸어 '금번 GPR에 따른 관련국과의 협의는 범세계적인 과정으로서 기존 한미간 진행되고 있는 협의회는 어떤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니며 이번 발표로 한미간의 새로운 논의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고 윤 대변인은 전했다.
이병철 기자
업코리아 2003-11-26 12:0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