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말 인터넷업체 A사에 다니던 이모(여․31)씨는 평소 알 고 지내던 경쟁업체 B사 정모 부사장으로부터 인스턴트 메신저를 통해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회사에 불만이 있었던 이씨는 선 뜻 응낙했고 서로 비밀을 유지키로 했다. 그런데 A사 사장은 바 로 몇시간 뒤 B사 정부사장에게 “이씨를 스카우트한다고… 수작 부리지 말라”는 e메일을 보냈다.
이씨의 인스턴트 메신저 대화 내용을 회사측이 낱낱이 감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격분한 이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사장을 사생활 침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 했다.
최근 일부 회사들이 보안 유지와 기밀유출 방지를 이유로 각종 감시 시스템을 앞다퉈 도입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사생활 침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감시 시스템은 직원들에게 회사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하고 수치감을 유발하는가 하면 노조 탄압의 수단 으로 이용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
무선 모형비행기 조종기 및 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C사의 경우 총 무과 사무실, 생산 현장과 입구, 식당 앞에 26대의 폐쇄회로(CC) TV가 설치돼 있다.
이 회사의 직원수는 100여명밖에 안되지만 노 사분규가 일어났던 지난해 5월부터 회사 곳곳에 CCTV가 설치되기 시작했다.
회사는 CCTV에 찍힌 화면을 교묘히 편집, 노조의 활 동을 업무방해혐의로 고소․고발하기도 했다.
인터넷업체인 D사는 지난 9월 사무실 중앙에 대형 CCTV 1대를 설 치했다. 360도 자유자재로 돌아가는데다 줌업도 가능해 운영자가 마음만 먹으면 직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는 장치였다.
50여명의 직원들은 사생활이 무방비로 노출되는데도, 회사가 ‘보안’을 명분으로 내세우자 항의할 수 없었다.
경기도 김포 의 모 중학교는 학교내 모든 컴퓨터에 ‘넷오피스쿨’이라는 컴 퓨터 사용 감시프로그램을 설치토록 했다. 이 프로그램은 컴퓨터 사용자의 모든 컴퓨터 사용 상황을 볼 수 있도록 돼 있다.
최모 교사는 지난 7월 사생활 침해라고 반발하며 문제의 프로그램을 삭제했는데 학교측은 곧바로 최교사를 파면조치했다.
민주노총. 진보네트워크센터 등이 결성한 노동자감시근절연대모 임이 지난 8월 전국의 207개 사업장을 조사한 결과, 전체 회사의 약 89.9%가 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ERP), 전자신분증 등 감시시 스템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업장 규모가 클수록 감시 시스템 도입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노총 최세진 정보통신부장은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기업 의 전산 혹은 보안 담당자가 기밀 보호를 위해 직원의 e메일이나 문서 유통 경로를 감시하는 사내 보안솔루션을 도입할 경우 직 원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이런 절 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yoology@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