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전자상가 세무조사로 '술렁'
용산 전자단지가 국세청 세무조사 여파로 크게 술렁이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세청은 용산 전자단지를 중심으로 기업활동을 벌인 10여곳의 전자유통업체들에 대해 탈세혐의를 잡고 정밀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조사 범위는 △자료상 혐의자와 거래한 자 △환급신고 후 단기간에 폐업한 사업자 △부가세 부정환급자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0년 초반 용산에서 활동해온 M사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비롯된 이번사건은 특히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M사 고객사까지 세금포탈혐의가 포착돼 단지전체로 일파만파 확대되는 추세여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조사를 받아온 M사의 경우 지난해부터 영업을 중단한 상태지만 지난 99년부터 2002년까지 신고한 세금이 위법으로 밝혀지면서 10여억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하지만 당시 하드디스크를 공급해온 M사의 중간 유통상 및 소매상들에 대한 거래자료까지 세세히 밝혀지면서 지난달부터는 고객사까지 집중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하드디스크는 소비자들에게 제공되는 사후서비스를 위해 제품의 일련번호까지 세세히 체크해 기록으로 남기고 있어 이들 자료가 국세청에 의해 밝혀지면서 조사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M사에 이어 조사를 받은 H사는 최근 20억원에 가까운 막대한 추징금을 부과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조사대상업체들이 포진해있는 하드디스크 유통업계는 최근 크게 위축되면서 시장도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또 조사대상업체를 통해 제품을 공급해온 외산 하드디스크 공급업체들도 유통망이 흔들리면서 판매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이번 세무조사가 용산세무서에서 상시적으로 실시한 조사와는 달리 서울지방청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태가 보다 확대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상당수 유통업체들이 무자료 거래를 일삼아왔다는 점에서 조사범위가 확대되면 용산단지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이다.
그러나 이번 세무조사를 바라보는 대다수 유통업체들은 이 기회를 통해 지난 과거의 과오를 털어내고 새 출발하는 기회로 삼아야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부가가치세까지 할인대상으로 삼는 구태의연한 판매방식으로는 경쟁력을 더이상 이어나갈 수 없는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공정경쟁의 시장풍토를 조성해야한다는 것이다.
유통업체의 한 관계자는 “집단상가의 경기가 급속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세무조사를 받는 업체가 늘어나면서 유동자금까지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며 “그러나 다소간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이번 기회를 통해 집단상가의 잘못된 관행을 떨쳐버리고 건전한 시장경쟁풍토를 조성하는 데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