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4시 반쯤 넘어 저는 밭에서 얻어온 배추를 부모님께 가져다 드리기 위해 본가에 갔었고 딸래미를 할머니에게 데려다 놓고 차에 와서 배추를 푸대에 담고 있었습니다. 푸대에 배추 열포기 담고 들다가 미끌해서 놓쳤다가 다시 드는 순간 아마도 오후 4시 48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갑자기 머리 뒤에서 펑소리가 났고 저는 배추를 다시 내려놓고 보니 자주색의 다마스인지 타우너인지가 내부순환도로 교각을 들이받은 상태였습니다. 위치는 길음동 길음교 바로 밑이었죠. 저는 이걸 구조하러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순간적으로 고민하고 있었고 자동차는 엔진이 꺼지지 않고 굉음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동네의 어떤 아저씨가 사고차 옆에 갔다고 나오더니 어떻게 하냐는 몸짓을 했습니다. 저는 우선 키를 끄라는 수신호를 하고선 핸드폰으로 02-119를 눌렀습니다. 무슨 소리가 나는데 다른 전화를 받고 있으니 기다리라는 ARS가 나오더군요. 약 1분정도를 기다렸나 ? 전화를 받을 수 없다며 일방적으로 끊기더군요. 다시 걸었죠. 똑같은 상황이 재현되고 있었습니다. 다시 119를 걸었지만 역시 전화가 안되어 이번엔 129를 걸었습니다. 물론 02-129였죠. 근데 없는 전화번호라고 하더군요. 1818 대다가 안되겠는지라 112에 전화를 했습니다.
전화연결이 되어서 사고신고를 하였고 잠시후 차에서 연기가 나오고 있기에 급히 제 차에 있던 소화기를 꺼내서 뿌렸습니다. 근데 이게 웬걸.. 5초간 분사되고서는 소화가스가 안나오더군요. 나참 기가 막혀서.. 운전자는 아직도 운전석에 있는데.. 10초후 경찰차가 왔습니다. 차에 불이나니 소화기를 가져오라고 했죠. 근데 경찰차에 소화기가 없더군요. 뒤이어 다른 경찰차가 왔는데 역시 소화기는 없었습니다.
그나마 신고하고 1분도 안되서 온 경찰이 반가왔지만 불붙은 차에서 운전자 끄집어내는 일과 사고차량 번호적는 것 외에는 어쩌질 못하는 것을 보면서 분통을 터트리는 동네 아줌마들도 있었습니다. 경찰차가 7대가 왔는데 소화기는 하나도 없고, 지나가는 RV차를 50대는 잡았나 봅니다. 한대가 소화기가 있어서 얼른 내려서 소화기 뿌리고는 그분도 5초간 분사하고 어의가 없어하며 떠나야 했습니다.
결국 동네 가게에 있던 소화기 두개도 퍼부었고, 근처에 있던 공사장에서 소화기를 5개정도를 더 가져와서 부었는데도 불은 안꺼졌습니다. 오히려 차 내부를 다 태우고 있었습니다. 불 정말 안꺼지더군요. 그것도 그차는 분명 가스차였을텐데....
결국 차에 불이 크게 번져 동네가 시커매지자 그때서야 소방차가 도착했고 고압살수기로 불을 끄는데 소방관이 불이 있는 곳을 못찾고 있었습니다. 그 쪼그만 자동차 불끄는데도 1분이상이 걸리더군요. 불이 꺼질쯤에 응급차와서 환자 실어가고... 약 15분 만에 불은 껐고 환자도 이송을 했고 곧 바로 견인차가 차를 끌어가더군요.
사건발생 후 4분만에 신고가능, 5분만에 경찰도착, 10분만에 소방차 도착, 15분만에 화재진압 및 정리시작.. 이랬습니다.
제가 여기서 찝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1. 도대체 119에 왜 ARS가 있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응급전화인데 ARS가 전화를 받다니 사람의 생명이 ARS만큼 여유가 있다는 것입니까 ? 119는 당장 ARS를 없애야 합니다. ARS로 인해서 허비된 시간이 약 2분입니다. 2분이면 숨을 쉬지 못하는 사람은 질식사 하는 시간입니다. 2분이면 촛불하나가 집한채 태울만한 불러 커지는 시간입니다.
2. 왜 경찰차에는 소화기가 비치되지 않고 있는 것입니까 ? 순수한 국민들의 혈세로 운영되는 경찰조직이 소화기도 비치하지 않는 안전불감증에 만연되어있는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없습니다. 국민의 혈세는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위해서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국의 경찰차에는 모두 소화기를 하나씩 비치해야 할 것입니다. 가장 기초적인 안전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3. 모든 RV차에는 공장출하시 소화기를 하나씩 달아서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화재현장에서 제가 붙잡은 30여대의 RV중에서 소화기를 가지고 있는 차는 단 한대였습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차들은 도대체 소화기를 어쨌다는 것입니까 ? 버스나 트럭에는 분명소화기가 있었을 텐데 그거 아까운지 내놓는 사람들도 없더군요. 만일 자기 자가용에 화재가 발생했는데 아무도 소화기를 주지 않는다면 어떨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 우리모두 자동차에 소화기를 하나씩 비치하고 지나가다 불붙은 차를 보면 미력하나마 소화기를 동원해서 불을 꺼주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4. 난 오늘 처음 차량용 소화기를 사용해 보았습니다. 5초.. 5초간 분사하는 양.. 너무나도 아쉬었습니다. 어떻게 5초만에 양이 다되는지.. 그걸로 어떻게 불을 꺼야 한단 말입니까... 내 소화기는 이미 다되었으니 충전을 할 수 있으면 충전을 하고 새로 사야만 한다면 새로 사겠습니다.
대신에 좀 더 용량이 큰걸로 구입해야 겠습니다. 그리고 충전이 가능하다면 그냥 하나 더 사서 비치할랍니다. 어떤 분은 자동차 무게 줄여서 기름값 아끼겟다고 소화기를 떼나 봅니다. 그렇게 평생 해봐야 절약되는돈 만원도 안될겝니다. 차에 불나는 것보다는 소화기 달고 다니는게 현명한 생각 같군요.
이상 2003년 11월 16일 일요일에 있었던 교통사고 목격담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