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 발언에도 불구하고 북핵문제의 외교적 해결로 초기 대응방침을 정했다. 정부는 26일 긴급 소집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이같은 방침을 정했고,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전화통화에서 외교적 해결방안을 계속 추구하겠다는 의사를 천명했다. 그러나 핵무기 보유 발언이 갖고 있는 폭발성과 미 행정부내 강·온파간의 대립구도를 감안할 때 미국이 최소한 3자회담 이전보다 훨씬 강경한 대북전술을 구사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않다.
◇외교적 해결로 가닥=정부는 핵무기 발언파문 직후 내부 논의를 거친 뒤 북핵문제의 외교적 해결과 이를 위한 3자회담의 발전적 지속을 강조했다.
이는 미국 부시 행정부의 차분하고 신중한 태도에 적지않게 영향을 받고 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측이 말한 것을 면밀히 분석한 뒤 대응방안을 결정하겠다”며 “미국의 북핵 해결정책은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폐기하도록 한국, 일본 등 동맹국과 함께 외교적인 수단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강경파인 럼즈펠드 국방장관도 “미국은 외교적인 방법으로 북핵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한·미 양국이 북측의 이번 폭탄선언에 대해 “상투적인 협상용 강성발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미국측은 북한의 재처리 완료 및 핵무기 보유 여부에 대해 “북한이 어떤 의도를 갖고 그같은 발언을 했는지 결론을 내리기 힘들기 때문에 제임스 켈리 차관보가 귀국한 뒤 종합검토를 통해 추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초기 반응은 초기 반응일 뿐=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유용했다”는 미 행정부 관리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는 켈리 차관보가 본국에 돌아가 회담 결과를 상세히 보고하기 이전의 초기 반응으로, 북한 핵무기 보유 발언에 대한 미국의 대북정책은 이제부터 본격 논의된다는 것이다.
정부도 지금까지 미측의 발언이 그동안의 원칙을 재확인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알기 때문에 부시 정책의 가변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정부가 외교적·평화적 해결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정했지만 현재로선 유보적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면서 “이번 발언에 대한 미국내 논쟁을 통해 나온 평가에 따라 향후 정부의 입장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이번 발언이 미국의 대북정책을 다시 한번 강경쪽으로 이동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는 미국이 북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하더라도 그 수단은 유엔 차원의 제재 등 더욱 강도높은 것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경향신문/차세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