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대법원은 23일 공공 도서관 컴퓨터에 인터넷 음란물 차단 장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미국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앞으로 연방기금을 지원받는 미국의 모든 공공 도서관은 음란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설치해야 하며, 따르지 않을 경우 연방기금을 지원받지 못하게 됐다.


미 대법원은 행정부가 미국 도서관 협회를 상대로 제기한 ‘어린이 인터넷 보호법’ 사건 최종심에서 원심을 뒤집고 6대 3의 다수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주심인 윌리엄 렌퀴스트 연방대법원장은 “인터넷 접근이 책에 대한 접근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갖고 있다고 볼 이유가 없는 만큼 책과 마찬가지로 인터넷 접근도 일정한 제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존 폴 스티븐스 대법관 등 3명은 “성인물 차단은 사전 검열과 마찬가지로 수정헌법 1조에 위배된다”면서 “음란물 차단장치는 수많은 합법적 사이트에 대한 접근을 막고 부모들에게 자녀들이 음란물로부터 보호되고 있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고 소수의견을 냈다.


‘어린이 인터넷 보호법’은 성인 이용자들이 요구할 때에는 도서관측이 차단 장치를 임시 해제할 수 있도록 했으나 허용 기준이나 시행 절차 등을 모두 개별 도서관 자율에 맡겨 실제 시행 양상은 도서관마다 천차만별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 의회는 1996년 이후 인터넷 음란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을 지금까지 3차례 시도했으나 첫 2개 법안은 대법원의 잇따른 위헌 판결로 시행이 무산됐다.


〈문영두기자 ydmoo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