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윤혜신 기자] 지난 12일 미국 플로리다주 코모 호수 리조트. 따가운 햇살에 갈색으로 그을린 10대 두 소녀가 전라(全裸)인 채로 발리볼 게임을 즐긴다. 소녀들은 지난주 '미국 누드 레크리에이션협회' 주최로 이곳에서 열린 청소년 리더십캠프에 참석한 10대들. 옷을 벗은 것은 이 프로그램의 '드레스 코드(복장 원칙)'가 누드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자연스러운 건강함'을 주장하는 누드주의가 인기를 얻으면서 최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누드캠프'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19일 보도했다.


음란할 것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음란과 누드를 혼동해선 안 된다'는 내규 때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게 참석자들의 주장이다. 내규에 따르면 '적절하지 못한 신체 접촉'은 금지되고, 캠프장을 벗어날 때는 반드시 수수한 옷차림을 해야 한다.


옷을 벗는다는 것을 빼면 여느 캠프와 다를 것도 없다. 10대들은 개구리를 잡고, 노래가사 바꿔부르기를 하고 논다. 다른 점도 있다. 모기에 더 물리고, 자외선 크림을 꼭 발라야 하고, 앉을 수건을 늘 가지고 다녀야 한다. 조별 토론 주제도 '내가 벗고 다니면 신이 싫어할까' 같은 것들이다.


제인(13)은 "학교에선 옷차림으로 사람을 보지만 여기선 사람 그 자체를 만난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또 다른 10대도 "체육이 끝나 여자끼리 옷을 갈아입을 때도 몸을 가리는 친구가 있다"며 "여기선 자기의 몸에 자신감을 갖도록 배운다"고 덧붙였다. 아직 '누구 수영복이 더 예쁜가'를 놓고 수다를 떠는 풋내기 '누드주의자'들이지만, 이들은 "누드 캠프가 더 재미있고 배우는 것도 많다"고 즐거운 표정이다.


윤혜신 기자 hyaes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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