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한의사 석영환씨에게 듣는 北 민간요법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건강을 유지할까. 또 암이나 당뇨·고혈압 같은 현대병은 어떻게 치료할까. 병원 가기 쉽지 않고 우리가 흔히 쓰는 양약(洋藥)도 많지 않을텐데….
‘김일성 장수연구소’ 출신 탈북 한의사 석영환씨(39·웅산한의원 원장)는 “북한에서는 온천욕·공기욕 같은 자연치유법과 선조 대대로 내려온 민간요법들로 건강을 지켜나간다”고 말한다. 그는 최근 출간한 책 ‘생명을 살리는 북한의 민간요법’(평단)을 통해 북한 고위층이 아닌 일반 주민들이 평소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건강장수법과 민간요법을 상세히 공개했다. 각종 성인병은 물론이고 남성 정력 보강, 부인병, 어린이 잔병 등을 치유하는 민간 요법과 북한의 신비한 먹거리 등을 망라하고 있다.
◇성인병=고혈압에는 매일 아침식사 후 식초 반잔 마시기를 권한다. 식초는 피를 항상 깨끗한 상태로 유지시켜준다. 또 두충의 잎·줄기 속껍질 15ｇ을 700㎖ 물에 넣고 달여 하루 3번 식후에 나눠먹는 것도 방법. 말린 다시마와 흰 찹쌀을 섞은 가루에 꿀을 타서 콩알만하게 만들어뒀다가 한번에 3~4알씩 하루 2번 먹어도 특효가 있다. 저혈압에는 생강차·부추즙·구기자, 간경변에는 가물치·강냉이수염·율무가 좋다. 기관지천식에는 오미자와 살구씨를 함께 달여 기침이 나면서 숨이 찰 때 10~15일 정도 마시면 효과가 있다. 뽕나무껍질인 ‘오디’는 거담·진해 해소에 뛰어나다. 비만증을 다스리는 데에는 열을 내리고 더위를 없애며 독을 풀고 오줌을 잘 나가게 하는 녹두와, 칼슘·철분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인 다시마를 권한다. 또 달맞이꽃씨기름을 2㎖씩 하루 3번 40일간 먹으면 몸무게가 줄고 콜레스테롤이 떨어진다. 감자 1개, 양파 1개, 홍당무와 마늘을 조금씩 썰어넣은 뒤 물을 넣고 끓이며 소금으로 간을 맞춘 죽을 매일 아침 빈 속에 한 공기씩 먹는 것도 다이어트에 특효가 있다. 위암에는 다래나무뿌리를 하루 20~60ｇ씩 물에 달여 끼니 사이마다 먹는 방법을 쓴다. 왕지네·두꺼비가죽·해바라기대속 등도 효험이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에는 살구씨기름에 약간의 소금을 섞어 코 안에 바르거나 도꼬마리 열매를 가루내어 코 안에 불어넣는 방법을 추천한다. 탈모증에는 마늘즙·생강즙을 바른다. 설사가 잦은 만성 대장염에는 도토리가루가 특효다. 콩비지와 완두콩즙은 당뇨병 예방에 좋은 음식. 북한에서는 생완두콩을 꼬투리째 절구에 찧은 다음 즙을 짜서 하루 반 컵씩 2번 먹는다. 돼지췌장+황기·미꾸라지·고등어즙·호박가루 등도 당뇨병 치료에 쓰인다.
◇정력과 회춘=삼지구엽초·구기자·새우·해삼을 자양강장의 묘약으로 꼽는다. 삼지구엽초 또는 구기자 10~15ｇ을 물에 달여 하루 3번 빈 속에 마시면 혈액순환이 원활해지며 정력과 원기가 왕성해진다. 파를 짓찧어낸 즙에 새우를 묻어뒀다가 파즙과 함께 마시면 허약증을 다스릴 수 있다. 해삼은 한번에 10여개씩 양념해서 하루 3번 먹는다. 음위증(임포텐츠) 치료에는 큰조롱·하수오·새박덩굴이라 불리기도 하는 은조롱과 검은 참깨, 지황씨 등이 효과가 있다.
◇장수건강법=북한에서는 사람 몸에 좋은 ‘음(－)이온’을 몸 안에 넣어주는 방법을 이용해 각종 질병을 치료하고 있다. 진주욕·모래욕·수중안마 등 설비를 갖춘 평남온천은 골절 후유증·고혈압·당뇨병 등 환자들이 효험을 보는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음이온은 공기 속에 존재할 뿐 아니라 번개·폭포·파도 등 작용에 의해 생긴다. 맨몸을 일정시간 공기와 접촉시키는 공기욕은 북한 주민들에게 가장 일상적인 건강 요법. 맑은 공기 속에는 음이온이 많아 몸의 면역력을 높여주며 질병 침입을 막고 피로를 신속히 회복시킨다.
이외에도 북한 주민들은 규칙적인 운동·목욕 습관과 저녁 과식을 금하고 음식물을 30번 씹어 삼키며 생식을 위주로 하는 식습관 등을 장수 비결의 핵심으로 삼으며 생활 속에서 장수 건강법을 실천하고 있다. 석원장은 “126살까지 살아 북한의 최고령자로 기록된 하인수 노인(1976년 사망)의 건강 비결은 규칙적인 생활과 몸을 끊임없이 움직이는 부지런함, 산천에 나는 갖가지 약재를 이용한 민간요법이 전부였다”면서 “무병장수의 제일 관건은 ‘건강하게 살겠다’는 의지와 노력에 있다”고 말했다.
▲북한 장수 9원칙
①아침 물마시기=잠에서 깨면 1컵의 물을 마신다.
②얼굴과 목 문지르기(2분)=수건을 찬 물에 적셔 얼굴과 목이 뻘개질 때까지 세게 문지른다.
③이마와 목 두드리기(2분)=주먹으로 앞 이마와 머리꼭대기를 50번 두드린 다음 손바닥 모서리로 목 앞뒤를 50번 두드린다.
④고환 주무르기=목욕물 속에 들어앉아 두 손으로 좌우 고환을 쥐고 슬슬 주무른다. 100번.
⑤찬물 끼얹기=목욕할 때 더운 물로 씻은 다음 찬 물 바가지로 3~4번 아랫배부터 음부까지의 부위에 끼얹는다.
⑥손가락으로 종아리 누르기=목욕할 때 엄지손가락으로 좌우 종아리 뒷부분을 힘껏 50번 누른다.
⑦허리 굽히기와 허리 치기 운동=두 손을 위로 젖혔다가 가슴을 내밀면서 천천히 허리를 굽혀 손이 땅에 닿게 하는 동작을 5번 한 뒤 주먹을 엇바꿔 휘둘러 좌우 허리를 5번씩 힘껏 친다. 이를 10회 반복.
⑧손가락으로 위와 배 누르기=자기 전에 누워서 두 손의 네 손가락을 모아 위와 배(특히 배꼽 주위), 아랫배를 위부터 아래로 5번 누른다.
⑨손발펴기=잠자기 전 이불 속에서 손과 발을 쭉 펴고 힘을 주면서 허리를 쭉 편다. 5회 반복.
경향신문/차준철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