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은 유럽에서 시작됐지만 무선 혁명은 코리아가 선도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만난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기자에게 “앞으로 무선 혁명의 물결이 거세질수록 세계시장에서 한국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한국의 계열사를 방문했다가 휴대폰 때문에 해프닝을 겪은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와 통화를 시도한 본사의 비서가 ‘따르릉’ 소리 대신 음악이 나오자 전화가 안 되는 줄 알고 끊어버려 연락이 안됐던 것.

게다가 그 CEO는 괜한 오해까지 살 뻔했다. 휴대폰 통화연결음의 기본 음악이 ‘필링’이었는데 그 음악은 외국에서 동성연애자들이 좋아하는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18세기 중엽 유럽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획기적인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정치 경제 사회 구조에 일대 변혁을 불러일으키며 인류 역사를 농업사회에서 공업사회로 발전시켰다. 그로부터 200여년이 지난 오늘날, 동양의 IT강국 코리아는 이동통신 기술을 선도하며 또 다른 산업혁명인 ‘무선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2003년 3월 말 현재 한국의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3286만명, 보급률은 68.9%에 이르고 있다. SK텔레콤, KTF 등 이동통신사들은 일찌감치 무선인터넷 분야로 눈을 돌렸다.

첨단 기술력과 과감한 투자로 휴대폰으로 TV, 영화를 보는 것은 물론, 동영상 이메일 전송도 가능케 했고 화상 통신마저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일부 선진국에서조차 들어본 적이 없는 서비스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수준이다.

▦아날로그 서비스는 유럽이 먼저

유럽은 이미 1980년대 초부터 아날로그 이동전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페인의 경우는 91년에 이미 이동전화 보급률이 유선전화 보급률을 초과했다. 84년 차량전화, 88년 휴대전화 서비스를 시작한 우리보다 시작은 훨씬 빨랐다. 2002년 말 이동전화 보급률이 80%를 넘어서면서 유럽 역시 수익률 개선을 위해 무선 데이터 비중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그 수준은 한국의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현재 유럽 각국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무선 데이터 서비스는 문자 메시지인 SMS(Short Message Service)다. 최근에 들어서야 MMS, 벨소리 다운로드, i-mode 서비스(무선 인터넷 플랫폼으로 우리나라 NATE에 해당), 게임 등을 각국 통신사들이 본격적으로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SK텔레콤이 자체 조사한 유럽 이동통신 시장 분석에 따르면 타 지역에 비해 이동전화 사용 빈도가 높은 영국의 경우 지난해말 현재 휴대폰 가입자는 5200만명이고 이 중 3000만명 정도가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단말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입자 1760만명 중 1550만명이 무선 인터넷 가능 단말기를 보유하고 있는 SK텔레콤과 비교하면 그 수준을 알 수 있다.

▦휴대폰 유럽정복 멀지않다

유럽에서 두 번째로 i-mode 서비스를 시작한 네덜란드에서 현재 인기 있는 무선 데이터 서비스는 이메일, 사진전송, 벨소리 다운로드, 위치 추적 등이다. 한국에서는 상용화된 지 오래된 것들. 실제 암스테르담 시내에 위치한 보다폰 대리점의 관계자는 “동영상 서비스는 내년 쯤에나 가능할 것 같다. 하지만 통화연결음이란 서비스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한국기업인들은 “휴대폰의 유럽정복도 멀지 않아 보인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네덜란드 등 유럽에서 막 인기를 얻기 시작한 휴대폰은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카메라폰과 컬러폰.

현지 한 통신 전문가는 “휴대폰 관련 기술이 한국에 비해 1년~1년 반 정도 늦는 것 같다”며 “현재 시장 점유율은 노키아가 60%, 삼성전자가 30%정도인데 삼성전자가 마케팅만 강화한다면 구조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