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옥의 이미지에는 힘과 정열이 녹아 있다. 한마디 한마디마다 똑 떨어지는 말투에는 자신감이 묻어 있고,자신의 생각을 고집하는 논리에는 그녀만의 정열이 묻어난다.
배종옥은 18일 개봉되는 ‘질투는 나의 힘’의 여주인공으로 영화팬들을 만난다. 이 영화에서 배종옥은 유부남인 문학잡지 편집장 윤식(문성근)과 연하의 남자 원상(박해일) 사이를 오가는 이색적인 캐릭터를 맡았다. 배종옥은 이번 영화에서 연상과 연하의 남자 사이를 떠도는 ‘방황녀’ 역할을 맡아 독특한 연기 변신을 선보인다. 극 중 수의사이자 아마추어 사진작가라는 설정이었는데, 수동으로 조작하는 니콘 F5 카메라를 구입할 만큼 사진에 관심이 많아서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질투는 나의 힘’으로 97년 곽지균 감독의‘깊은 슬픔’이후 6년여 만에 영화 관객들을 만난다. 배종옥은 영화 출연이 뜸했던 이유에 대해 “91년 ‘걸어서 하늘까지’ 이후 내게 주어지는 시나리오마다 어느 정도 노출이 필요한 장면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피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실제로 ‘질투는 나의 힘’에서도 시나리오에는 가슴 노출 장면이 있었으나 배종옥의 고집으로 사라졌다.
배종옥은 노출을 기피하는 것에 대해“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라고 잘라말한다. “성현아 등 미녀스타들이 앞다투어 누드 화보 촬영에 나서는 게 어때 보이느냐”고 물었더니“그냥 요즘 세대들은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른 것 아닌가요?”라고 반문했다.
배종옥은 평소 연기자 선후배간의 예절을 중시하는 등 엄격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어떤 때에는 “스스로를 가학하는 것 같다”고 표현할 정도로 강단있는 성격이다. 그런 그녀가 이번 영화에서는 시쳇말로‘망가졌다’. 영화 속 성연은 연신 담배를 피워대고, 술에 취해 비틀거리고, 옷매무새도 느슨하다.“맺고 끊는 게 분명한 성격이다”“돌이켜 보면 한 번도 내 자신을 억누르고 산 적은 없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그녀의 이미지와는 단연 상반된 느낌이다.
배종옥은“연륜이 쌓이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어요”라고 말한다. 올해 그녀는 세는 나이로 마흔이다.“마흔을 맞은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배종옥은“나이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라면서 딴 사람 이야기 하듯 한다. 배종옥은 ‘불혹’(不惑)이라는 한자의 뜻풀이를 떠올리며“세상을 돌아보면서 살아가게 되는 게 가장 달라진 점이에요”라고 잘라 말한다.
너무 바쁘게 살다보니 자신을 돌아볼 여유도 없었다. 10년 전 자신과 2003년의 자신을 되돌아보고 10년 뒤 자신의 모습까지 그려보는 그녀는 “일과 여행,그리고 인생을 즐기는 자세로 살아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궁금한 것 하나. 영화 속 성연처럼 그녀의 반쪽은 언제쯤 나타날까? 배종옥은“남자를 고르는 기준이 까탈스러워요. 남자를 바라보는 기준이 이중적이거든요”라는 묘한 말로 대신했다. ‘질투는 나의 힘’에 빗대 물었더니 겨우 대답한다. “실제 상황이라면 복잡한 캐릭터인 원상이가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윤식을 택할 것 같아요. 워낙 명쾌한 사람이거든요.”
/고규대 enter@sports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