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무선망운영사업자(MVNO)는 무선망운영사업자(MNO)로부터 무선네트워크 일부를 임대, 독자적인 무선사업을 진행하는 사업자를 말한다. 법적으로 허용하는 정도에 따라 단순 무선재판매에서, MNO의 네트워크 일부 임차를 의무화해 사실상 또 하나의 무선사업자를 허용하는 `풀(Full) MVNO`까지 다양한 개념이 적용되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전국 무선네트워크 구축에 한 회사당 수조 원이 투입된 데다, 출연금을 내고 주파수를 할당받아 서비스를 제공하는 무선사업의 특성을 고려해 그간 이 제도를 불허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경쟁활성화와 무선통신시장 발전을 도모한다는 차원에서 중장기 정책과제로 도입 방안을 검토중이다. 정통부는 현재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을 통해 MVNO 도입의 타당성에 대한 연구용역을 의뢰해놓고 있으며, 이르면 연말쯤 연구결과를 토대로 정책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MVNO는 국내의 대표적인 MNO인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으로부터 이동통신망을 임대한뒤 이를 자체 상품화해 소비자에게 서비스하기 때문에 수조원이 소요되는 전국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다. 적은 비용으로 비교적 진입장벽이 높은 무선통신 분야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MVNO는 유선통신분야에서의 별정통신사업자와 비슷한 위상을 갖게 되며, 자금이 영세한 중소업체에도 무선시장 진출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경쟁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관련, KT 경영연구소 김석인 연구원은 최근 `MVNO 해외 동향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는 이동통신시장의 특정사업자 집중도가 지나치게 높아 경쟁 활성화가 필요하다"며 "주파수 자원이 한정된 이동통신시장에서 신규 진입에 상응하는 효과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 MVNO 도입이 적극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MVNO도입을 통해 △소비자 선택권 확대 △인터넷접속ㆍ데이터서비스ㆍ음성데이터통합서비스를 통한 소비자 혜택 증진 △이동전화 발신요금 인하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MVNO도입을 지지하는 업체는 KT를 비롯해 하나로통신ㆍ데이콤ㆍ온세통신 등 유선통신사업자들이 주류를 이룬다. 이들 업체 관계자들은 "유선통신시장과 달리 무선사업의 진입이 사실상 봉쇄돼 있는 만큼 MVNO도입이 시급히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MVNO 도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SK텔레콤 등 이동전화사업자들은 "정통부가 MVNO 도입에 직접 개입해 기존 무선망 사업자에 대해 망 임차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정책을 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MNO에게 망 임차를 의무화하는 형태로 제도 도입이 이뤄질 경우 △이동통신업계의 유통망 붕괴 가능성 △MVNO에 대한 출연금 부과 △네트워크 용량이 없는 데도 임차를 하는데 따른 투자계획 차질 △망 임차에 대한 대가를 규정할 경우 혼란 △후발 이동전화업체의 경쟁력 약화 등 상당한 문제점이 야기될 소지가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SK텔레콤의 관계자는 이에 대해 "MVNO 도입이 경쟁활성화를 위한 것이라면, 이 제도 도입에 앞서 현재의 이동전화 시장의 경쟁 상황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며 "이미 경쟁활성화가 이뤄진 만큼 정통부가 망 임차를 의무화하는 형태로 이 제도를 도입하려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통부는 MVNO도입과 관련, 시급한 정책사안은 아니라는 인식을 내비치며 중장기 정책과제로 연구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MVNO에 대해 망 임차 의무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아일랜드, 홍콩 정도에 불과하다"이라며 "KISDI 용역 결과가 나온 이후 정통부 정책방향이 결정되겠지만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상 MVNO제도를 도입하더라도 망 임차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